최근 국회와 정부를 중심으로 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통신 3사 자회사의 ‘시장 점유율 50%’가 넘지 않도록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규제 초읽기를 바라보는 통신사의 입장이 상반돼 주목된다.
20일 통신업계를 종합해 보면, 국회·정부는 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50%로 제한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차량용 회선 등 사물인터넷(IoT)을 제외한 순수 휴대폰 가입자 수로 이 기준을 적용하겠단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집계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이미 통신 3사 자회사의 점유율이 49.9%여서 규제가 시작될 경우 통신 3사 자회사는 더 이상 소비자를 유치하기 어려워진다.
현재 SK텔레콤은 SK텔링크, KT는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 미디어로그를 통해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런 규제를 하려는 것은 알뜰폰 시장 취지의 반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2010년 9월 통신 3사의 과점으로 고착화된 통신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알뜰폰 시장마저 통신 3사 자회사가 나눠먹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강종렬 SK텔레콤 ICT인프라 센터장은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알뜰폰 자회사의 시장 철수를 요구하는 질의에 “국회나 정부에서 결정이 나면 따르겠다”라며 “현재 시장 사업자 간 관계가 복잡하지만 전향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점유율 제한 규제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철수까지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KT는 이런 규제 분위기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고, LG유플러스 측은 반발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자회사가 선불폰 중심으로 활성화가 안 되던 알뜰폰 시장에 들어가 경쟁력 있는 요금제 등을 내놓으며 시장 성장에 기여한 바도 크다”라면서 “알뜰폰 시장의 제대로 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자회사의 과도한 경품 제공 등을 막아야지, 점유율 제한을 하는 것은 되레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통신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와 그렇지 않은 사업자 간 입장 차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 서비스는 대규모 설비 투자 후 가입자를 유치해 매출, 순이익을 내는 구조인데, 설비 투자에서 큰 차이를 내기 어려운 만큼 가입자 규모가 실적을 좌우한다”라면서 “1등 사업자인 SK텔레콤은 굳이 알뜰폰 사업을 육성해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을 내릴 필요가 없지만, KT나 LG유플러스 입장에선 알뜰폰이라도 육성해 가입자 규모를 키우는 게 매출에서 유리하다”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신시장에서 경쟁이 일어나지 않아 알뜰폰이라는 또 다른 시장을 만든 만큼 통신사 자회사들이 경쟁력 있는 요금제를 내놓는 것이 소비자 가계 통신비 인하와 자급제 트렌드에도 부합한다”라며 “규제보다는 이들이 다른 중소사업자와 윈윈(win-win)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