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과 관련된 온갖 부정적 전망에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세계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가 초격차 기술로 난관을 뚫고 있다. 3위인 미국 마이크론과의 기술 격차를 더욱 넓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경쟁에서도 확실한 비교우위에 서겠다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을 적용한 업계 최선단(가장 미세한 회로를 뜻함) 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D램 양산에 돌입했다. 노광 공정은 반도체 원판(웨이퍼) 위에 빛을 이용해 회로를 그리는 공정으로, 회로가 미세할수록 같은 12인치(300㎜) 웨이퍼일지라도 생산되는 반도체 숫자가 늘어난다. 생산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미세공정으로 인해 반도체 소자인 트랜지스터 크기가 작아지고, 전압이 낮아지면서 전력소모가 줄어든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업계 최선단 14나노미터 D램. /삼성전자 제공

업계 관계자는 “10㎚급 미세공정 1~3세대(1x·1y·1z)까지 각 세대는 0.5㎚의 간극이 있었지만, 4세대 1a 공정부터는 0.1㎚ 싸움이 되고 있다”라며 “0.1㎚ 차이라도 웨이퍼당 집적도, 공정 단계 숫자, 원가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업 경쟁력 측면에서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라고 했다.

1a 공정은 마이크론이 업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으나, 업계는 14㎚ 후반대의 회로 선폭(線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1a 공정에 들어간 SK하이닉스의 경우 14.8㎚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14㎚ D램은 이전 세대 공정과 비교해 생산성은 20% 높고, 소비전력은 20% 낮다. 해당 기술은 차세대 D램으로 꼽히는 DDR(더블 데이터 레이트)5에 적용하고 있는데, 최고 7.2Gbps(초당기가비트) 속도로 이전 DDR4와 비교해 2배 이상 빠르다는 게 삼성전자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24Gbps GDDR6 D램의 샘플 제품의 생산도 최근 착수했다. GDDR은 그래픽처리장치( GPU) 전용 D램으로, 처리해야 할 그래픽 관련 데이터 양이 크게 늘어난 최근에 들어 그 중요성이 높아지는 중이다. 일반적으로 중앙처리장치(CPU)용 D램보다 높은 처리 속도를 요구한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공정. /SK하이닉스 제공

삼성전자는 2018년 업계 최초로 GDDR에 1x 공정을 적용해 18Gbps 속도의 16Gb(기가비트) GDDR6을 내놨고, 이번에 샘플로 제작된 제품은 이보다 속도를 33% 높여 놓은 것이다. 업계는 삼성 제품이 경쟁사 마이크론의 GDDR6X D램(21Gbps)보다 성능이 뛰어나다고 보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용 메모리 공급도 최근 시작했다. 먼저 256㎇(기가바이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경우 연속읽기 초당 2100㎆(메가바이트), 연속쓰기 초당 300MB의 성능이다. 기존 자동차용 메모리인 eMMC(임베디드멀티미디어컨트롤러)에 비해 읽기는 7배, 쓰기는 2배 빠르다. 동시에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2㎇ GDDR6는 자율주행용으로, 핀 당 최대 14Gbps의 데이터처리 속도를 가지고 있다. 두 반도체는 영하 40℃~영상 105℃의 환경을 견디는 자동차용 반도체 품질 기준 ‘AEC-Q100′을 만족한다.

SK하이닉스는 미세공정과 함께 최대 용량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D램 단일 칩으로는 업계 최대인 24Gb DDR5의 샘플 제품을 출하했다. 이 제품은 고도의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서버에 활용된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D램 용량은 8Gb, 16Gb이다. SK하이닉스의 제품은 이보다 획기적으로 용량을 늘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 개발한 24Gb D램 모듈.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개발한 24Gb DDR5에는 EUV 공정인 10㎚ 1a 기술이 적용돼 있다. 기존 1y DDR5 대비 칩당 용량이 16Gb에서 24Gb로 향상돼 생산효율이 개선됐고, 속도 역시 33% 빨라졌다. 또 신제품은 전력소모를 이전 세대 제품보다 약 25% 줄였다. 생산효율 개선에 따른 제조 과정에서의 에너지 투입량도 줄었다는 게 SK하이닉스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 DDR5를 선보인 데 이어 1년 2개월 만에 최대 용량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라며 “(소비 전력 감소로) 탄소 배출 저감 측면에서도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24Gb DDR5 샘플을 인텔로 보내 중앙처리장치(CPU) 등 각종 부품과 호환성을 점검하고 있다. 내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용으로 공급하고, 인공지능(AI)와 머신러닝과 같은 빅데이터 처리, 메타버스 구현 등 고성능 서버에도 활용될 에정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24Gb DDR5 출시에 맞춰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는 다수 고객사들과 긴밀히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