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말기 폐암 환자의 면역항암제 반응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면역항암제는 암 환자의 면역력을 키워 암과 싸우는 힘을 키워주는 치료제다. 이번에 개발한 AI 모델을 통해 부작용 등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AI 모델 개발로 SK텔레콤은 신사업으로 선정한 헬스케어 사업과 함께 ‘탈(脫)통신’ 기조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텔레콤은 AI로 치매와 음성 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오는 2026년 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AI로 암 환자 면역항암제 반응 예측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연구개발(R&D) 조직인 룬샷 태스크포스(TF)는 최근 단일세포 시퀀싱 데이터(Sequencing data)를 분석해 말기 폐암 환자의 면역항암제 반응성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면역함암제는 인체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와 싸우게 하는 암 치료법이다.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은 ‘3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존 항암제의 정상 세포 파괴, 내성 문제 등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어 ‘꿈의 항암제’로도 불린다. 다만 기존 항암제와 비교해 적기는 하지만 간염, 폐렴, 설사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텔레콤이 개발한 AI 모델을 통해 이런 부작용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AI 모델 개발은 유전체 분석을 기반으로 한다. 단일세포 시퀀싱은 하나의 세포로부터 DNA(데옥시리보핵산) 또는 RNA(리보핵산)를 추출해 증폭하고 염기서열을 파악해 세포 특징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같은 세포로부터 유래된 세포들 사이에서도 환경에 따라 여러 특성에 차이를 보이는 개별 세포의 유전자 발현 프로파일을 분석한다. 이는 개별 세포의 계보, 종류, 질환, 변이 등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한 조직 내 존재하는 다양한 세포들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으며, 암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대장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등을 대상으로 이번에 개발한 방법의 성능 검증을 진행 중이다.
AI 모델 상용화 계획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의료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언급할 게 없다”라고 말했다.
◇ 베일에 싸인 R&D 조직 ‘룬샷’…600兆 헬스케어 시장 공략 선봉장
이번 연구를 주도한 룬샷 TF는 SK텔레콤의 R&D 담당 조직인 ‘테크(T3K)’ 산하에 있는 조직이다. 지난해 3분기 SK텔레콤의 분기보고서 내 R&D 조직에서는 없었지만,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등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4분기 중 출범한 것으로 추정된다. SK텔레콤 측은 R&D 조직이라는 것 외에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조직명 ‘룬샷’은 물리학자 사피 바칼 박사가 만든 신조어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활용해 불황에서 승리를 거둔 사례를 소개한 책인 ‘룬샷’의 저자이기도 하다. 룬샷은 문샷(Moonshot)의 문을 바보, 미치광이라는 뜻의 ‘룬(Loon)’으로 바꾼 것으로, ‘정신 나간 아이디어’라는 의미다.
실제 룬샷은 통신사라는 SK텔레콤의 이미지에서 탈피한 R&D 활동을 벌여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를 출시했다. ‘사피온(SAPEON) X220’으로 불리는 이 제품 개발을 주도한 곳이 바로 룬샷이다. 현재 차세대 제품인 사피온 X330 설계를 구현 중이다.
특히 의료분야 R&D가 눈에 띈다. 룬샷은 지난해 AI를 통한 치매 선별 모델 개발을 완료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서울대 병원에서 상용화 시험을 진행했다. 당시 SK텔레콤은 “AI와 대화로 10분 만에 치매를 선별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룬샷은 올해 목소리 변형 등 음성질환을 분석하기 위한 머신러닝(ML) 모델도 개발했다.
SK텔레콤이 수년전부터 ‘탈(脫)통신’의 일환으로, 힘을 주기 시작한 새 먹거리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4년 SK텔레콤은 신성장 동력으로 헬스케어 사업을 선정한 바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100조원에서 오는 2026년 60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