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13. /애플

애플이 반도체 등 핵심 부품 가격 인상에도 지난 2007년 아이폰 첫 출시 이후 처음으로 신형 가격을 동결했다. 한 달쯤 앞서 삼성전자가 내놓은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Z 폴드3와 플립3가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두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13의 초도 물량을 전작인 아이폰12보다 최대 30% 많은 1억대 수준으로 잡았다. 국내 출시는 10월 초다. LG베스트샵이라는 새로운 판매망까지 확보한 애플이 삼성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과 정면승부를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 아이폰13. /애플

◇폴더블폰에 자존심 접은 애플…사상 최초 ‘가격 동결’

14일(현지시각)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아이폰13, 아이폰13 미니, 아이폰13 프로, 아이폰13 프로 맥스 등 신형 스마트폰과 애플워치7, 태블릿 PC인 아이패드(9세대)와 아이패드 미니(7세대)를 공개했다.

출고가는 아이폰13과 아이폰13 미니가 각각 799달러, 699달러다. 아이폰13 프로와 아이폰13 프로맥스는 각각 999달러, 1099달러로 책정됐다.

앞서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폰아레나는 아이폰13의 가격을 전작과 같은 699~1099달러로 예상했는데, 이 전망이 그대로 들어맞은 것이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한 이후 매년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가격을 인상해 왔으나, 이번에는 가격을 유지하는 전략이 취해졌다.

애초 업계는 애플이 아이폰13의 가격도 올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스마트폰에서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반도체 가격의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의 최대 반도체 공급업체인 TSMC는 최근 고객사들에 반도체 가격을 최대 20%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TSMC 최신 공정인 5㎚(나노미터・10억분의 1m)에서 만들어진 아이폰13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 ‘A15 바이오닉’ 역시 가격이 최대 5%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배경이다.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3(왼쪽)와 플립3. /연합뉴스

가격에서 만큼은 콧대를 높여온 애플의 신형 아이폰의 가격동결 카드에 대해 업계는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흥행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폴더블 대중화’를 외치며 갤럭시Z 플립3를 전작보다 40만원 가량 인하한 125만4000원에 내놨다. 갤럭시Z 폴더3도 200만원대에서 100만원대로 가격이 내려왔다. 이 같은 가격 전략은 ‘삼성폰의 무덤’으로 불리는 중국에서 갤럭시 Z플립3의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사전예약에만 100만대에 달하는 수요가 몰리는 결과를 냈다. 중국 시장에서 오포,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밀려 점유율이 0%대로 후퇴했던 삼성전자가 폴더블이라는 새로운 폼팩터(형태)에 가격 경쟁력을 더해 시장 공략에 다시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애플의 계절’ 4분기…삼성과 자존심 대결 본격화

애플의 신형 아이폰 시리즈 공개 시점은 통상 9월이다. 이어 4분기부터 판매 바람이 시작되는데, 이를 두고 4분기를 ‘애플의 계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애플의 4분기 스마트폰 시장 평균 점유율은 18.7%에 달한다.

애플 아이폰13 프로. /애플 제공

애플은 올해 4분기도 예외없는 흥행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내놓은 첫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아이폰12는 출시 7개월 만에 1억대 판매를 넘었다. 이는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던 아이폰6 시리즈와 비슷한 규모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13의 초도 물량을 전작 대비 최대 30% 늘린 1억대로 잡았다.

애플은 북미, 유럽 등 글로벌 1차 판매 지역에서 오는 17일 아이폰13의 사전예약을 시작, 24일 공식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다음달 1일부터 사전주문을 받아 8일부터 판매한다.

약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플립3와 애플 아이폰13 시리즈의 정면대결은 4분기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폴더블폰 출하량을 900만대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88%로 압도적이다. 아이폰13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출시 직후부터 흥행을 한다면 폴더블폰의 기세를 누를 수도 있지만, 현재 갤럭시Z 폴드3와 플립3의 인기가 상당한 만큼 승부를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역시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사실상 삼성과 애플 ‘2파전’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또 LG전자의 점유율을 누가 흡수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올해 2분기 기준 LG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0%로,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76%, 애플은 16%를 기록하고 있다. 애플은 한국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LG전자 스마트폰이 빠진 LG베스트샵을 새롭게 판매망에 포함시켰는데, 이 부분 결과에 대한 귀추 역시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