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랩의 업무 협업툴 '잔디'. /유튜브 캡처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이 지난 6월 스타트업 토스랩의 업무 협업툴(협업 도구) ‘잔디’를 사내에 전면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원격 근무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제조업 특성상 전 세계에 흩어진 공장·연구소·협력사·대리점과 본사가 생산 공정 가동을 위해 서로 실시간으로 소통해야 하는 한샘에도 통일된 협업툴이 필요해진 것이다. 한샘 관계자는 “업무 주제별로 대화방을 구분해주는 ‘토픽’ 기능 등 편의성이 잔디가 (경쟁사보다) 우수해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슬랙(글로벌 1위 협업툴)’ 자리를 놓고 벌이는 국산 협업툴 경쟁에서 토스랩이 플랫폼 공룡 네이버·카카오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아직 조사된 바 없지만, 각 사가 밝힌 글로벌 고객사 수 기준으로는 토스랩이 30만곳 이상으로 가장 앞선다. 넥센타이어, 아워홈, 게임빌컴투스 등도 한샘과 비슷한 이유로 토스랩의 잔디를 사내 전 임직원에 도입했다.

협업툴은 메신저·이메일·파일과 일정 공유·화상회의·전자결재 등 원격 근무에 필요한 기능들을 하나로 합친 서비스다. 카카오톡(메신저), 지메일(이메일), 구글 드라이브(파일 공유) 등 무료로도 이용할 수 있는 개별 서비스들이 있지만 원격 근무 비중이 높아지면서 보안, 공사(公私) 구분, 글로벌 지사 간 소통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유료 협업툴을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협업툴 시장 규모는 2019년 124억달러(약 14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256억달러(약 30조원)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후 슬랙, 줌, 마이크로소프트(MS) 팀즈 등 외산 플랫폼이 시장을 선점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여전히 시장 성장이 전망되면서 국산 플랫폼도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카카오 진출을 기점으로 국내 시장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양강 구도가 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토스랩이 활약하며 3파전을 이루고 있다.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랩의 잔디는 수평적인 기업 문화가 자리 잡은 서구권 협업툴에 없는 ‘조직도’ 기능을 추가하고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 현지 언어를 지원해 아시아권 기업들에 인기를 얻었다. 현재 70여개국에 진출했고 대만에선 1위 플랫폼으로 올라섰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비슷한 기능,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강조한 협업툴 카카오워크. /홈페이지 캡처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메신저 라인, 카카오톡과 비슷한 기능,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가진 협업툴로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웍스는 2013년 출시됐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유행을 기점으로 고객사 수가 전년 대비 10배 증가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GS그룹, 대웅제약, 일동제약 등을 포함해 20만개 이상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유통·물류업체엔 교대근무 일정 조율, 불만 고객 대처 등 매장 관리 기능을 추가하는 식으로 업종별 기능을 제공한다. 전신인 라인웍스는 라인 메신저처럼 일본 시장에서 40% 넘는 점유율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는 셋 중 가장 늦은 지난해 9월 카카오워크를 출시했다. 후발주자지만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영향력을 앞세워 단기간에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출시 1년이 조금 안 된 현재까지 15만개 업무 조직(워크스페이스)이 카카오워크를 이용하고 있다. 업무 조직은 기업·부서·팀·단체·개인 등 서로 같은 카카오워크를 이용하는 단위로, 이 중 토스랩·네이버와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기업 고객 수와 기업명은 카카오가 따로 밝히지 않고 있다.

아직 국내 플랫폼 간 시장 점유율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업계 선두를 단정하긴 이르다는 반응도 나온다. 네이버 관계자는 “집계 방식에 따라 비교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팀 단위로 쓰는 계정 숫자로 집계하면 네이버웍스가 100만 계정을 넘어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협업툴 ‘두레이’를 서비스하는 NHN도 이달 1일 자회사 NHN두레이를 독립 출범해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두레이는 잔디 200만명에 비하면 20분의 1 수준인 10만명의 사용자를 거느리고 있지만 연구 협업에 특화된 서비스로 서울대·카이스트(KAIST)·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기초과학연구원(IBS) 등에 공공 연구기관에 보급, 국내 공공 부문 1위 경쟁력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