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Z플립3. 전작 대비 4배 커진 커버 디스플레이가 큰 특징이다. /삼성전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삼성전자의 갤럭시Z폴드3·플립3 등 신제품 출시에도 느긋하다. 지난 2019년 5세대 이동통신(5G) 세계 최초 상용화 후 가입자 유치를 위한 과도한 경쟁으로 당국으로부터 과징금 ‘철퇴’까지 맞은 전례를 의식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 3사는 기존에 유치한 가입자를 유지하는 등 질적 성장에 몰두하고 있다. 한정적인 단말기로도 5G 가입자가 꾸준히 느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통신사의 ‘현금 살포’ 등 마케팅을 자제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갈 길 바쁜 삼성전자의 속은 타들어 간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폴더3와 플립3를 출시하며 ‘폴더블 대중화’를 선언한 상태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샤오미 등 중국 업체가 저가 공세를 앞세워 치고 올라오는 데다,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한 LG전자와 애플이 손을 잡고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어서다. 애플이 오는 9월 중 아이폰13을 공개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단말기 제조사와 통신사 간의 ‘갑을관계’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통신 3사 기업 이미지(CI)와 5G. /연합뉴스

◇보조금 대신 가입자에 경품 혜택…”과도한 경쟁 자제”

16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오는 17일 삼성전자의 폴더블(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3·플립3 사전 예약 판매를 앞두고 다양한 경품 혜택을 주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한 휴대폰 대리점에 붙은 광고. /조선DB

통신사들은 보조배터리, 충전기, 정품 케이스 등을 비롯해 추첨을 통해 최대 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중 일부는 사전예약 알림을 신청한 이용자만 추첨으로 준다.

과거 새로운 단말기 출시 때와 비교하면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국내 통신사 한 관계자는 “최근 통신사들 기조가 경쟁사들과 출혈 경쟁은 최소화하는 등 마케팅 비용은 줄이고, 유치한 고객 관리에 중점을 두는 추세다”라며 “과거와 같은 무차별적 현금 살포 같은 행위는 거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통신 3사가 지난 2019년 5G 세계 최초 상용화 후 가입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벌인 과도한 경쟁을 의식한 여파로 풀이된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실에 따르면 이통사들은 5G 가입자를 모으기 위해 4G와 비교해 초과지원금 규모를 늘렸다. SK텔레콤이 3.22배로 가장 많았고, KT(2.57배), LG유플러스(1.03배) 등의 순이다.

SK텔레콤은 5G 가입자를 모집하면서 총 119억원의 ‘초과지원금’을 지급했다. 초과지원금은 이동통신사가 공시지원금으로 가입자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는 단말기 지원금 외에 추가로 지원금을 지급한 것을 의미한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50억원, 36억원 규모였다. 통신사들이 대규모 지원금을 살포해 유통한 대표적인 단말기는 삼성 갤럭시S10 5G와 갤럭시노트10플러스(+) 등이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5G 스마트폰에 대한 차별적 지원금을 이유로 이동통신 3사에 5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는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가 11일 갤럭시 언팩에서 3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3'를 공개했다. /삼성전자

◇ 마케팅 줄여도 5G 가입자는 ‘쑥’…속 타는 ‘불안한 1등’ 삼성

국내 통신 3사의 마케팅 자제에도 국내 5G 가입자 수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6월 말 기준 가입자 수는 1600만명을 돌파한 상태다. 올해 5G 가입자 수 목표치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업체도 있어 연내 국내 누적 가입자 2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9년 상용화 이후 2년 만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5G 가입자를 보유한 업체 순위는 과거 초과지원금을 살포한 규모와 비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6월 말 기준 770만명으로 5G 가입자 1위다. 1년 만에 130% 증가했고, 3월 말과 비교하면 96만명이 늘었다.

KT의 2분기 말 기준 5G 누적 가입자는 501만명이다. 현재 후불 휴대폰 가입자 중 3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5G 가입자가 전년 대비 108.8% 급성장하며 373만명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올해 목표로 한 450만명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사들이 마케팅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5G 가입자들이 늘면서 신제품을 내놓은 삼성전자가 난감해졌다. 삼성전자는 세계 시장에서 애플과 중국 업체의 공세로 1위 자리가 아슬아슬하지만, 국내에선 70% 안팎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며 LG베스트샵에서 애플 아이폰을 판매하겠다고 밝히면서, 점유율 사수에 비상이 걸렸다. 우선 156개의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이 판매되지만, 앞으로 300개 이상의 전체 매장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아이폰 판매 거점도 그만큼 확대된다는 의미다. 더구나 당장 9월 중 애플이 아이폰13을 공개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1월 ‘갤럭시S21′을 야심 차게 내놨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리고 부진한 상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고가 스마트폰으로 인식되고 있는 폴더블폰을 대중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3 톰브라운 에디션. /삼성전자

◇ 제조사·통신사 ‘갑을관계’…또 한 번 바뀔까

통신사들이 스마트폰 출시 이후 단말기 제조사로 넘어간 ‘갑’의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과거만 해도 통신사는 그야말로 ‘갑’이었다. 휴대폰이 통신사를 통해 판매되다 보니, 통신사는 제조사의 물량과 가격까지 주물렀다. 이때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으로 피처폰이 통신시장을 장악했던 시기다. 피처폰 시절의 제조사들은 통신사가 요구하는 사양에 맞추고, 통신사 별로 각기 다른 다양한 모델을 납품하기도 했다. 당시 휴대폰에 통신사 로고까지 새겨져 있을 정도로, 제조사는 철저한 ‘을’이었다.

당시 소비자들 역시 휴대폰 성능보다는 통신사를 보고 제품을 구매했다. 통신사의 통화품질과 부가서비스를 중요시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폰과 갤럭시 등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상황이 역전됐다. 소비자들이 통화품질보다 단말기 성능을 우선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통신사 역시 오랜 기간 통신망을 촘촘하게 구축한 탓에 통신품질로는 차별화할 수 없게 됐다. “어디서나 잘 터진다”라는 문구가 평범하게 돼 버린 것이다. 결국 통신사들은 단말기를 앞세워 가입자를 끌어모으게 됐다.

특히 애플의 국내 상륙이 결정적이었다. ‘슈퍼 갑’으로 유명한 애플은 아이폰에 그동안 허용됐던 통신사 로고도 단말기에 새길 수 없게 했다. TV 광고도 애플이 제작한 공통의 영상만을 내보낼 수 있게 했다. TV 광고 내 막바지에 짤막하게 통신사 로고를 노출하게 허용할 정도다.

통신업계가 최근 들어 탈(脫)통신을 외치는 점 역시 더는 제조사와 힘겨루기를 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