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태어난 초등학교 2학년 최희원(9)양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마인크래프트다. 최양은 “마인크래프트는 게임 안에서 창의적으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어 재밌다”며 “또 친구들과 여러 명이서 게임을 할 수 있고, 여러 나라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2011년생 초등학교 4학년 김선우(11)군은 여름 방학을 맞아 다른 친구들처럼 영어・수학을 가는 대신 코딩을 배우고 있다. 더 재밌게 게임을 하기 위해서다. 김군은 “마인크래프트에서 코딩이 필수는 아니지만, 코딩을 알면 오크나 물고기 같은 요소를 추가로 넣을 수 있다”며 “코딩을 사용하면 ‘모드(MODS)’를 활용해 직접 게임을 만들거나 수정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출생한 알파세대가 최근 게임 산업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게임을 단순히 ‘즐기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직접 참여하는 형태로 게임에 뛰어드는 성향이 강하다. 이런 알파세대의 성향은 메타버스(가상세계)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들과 만나 게임의 확장성을 높이고, 산업 구도와 구조를 바꾸기도 한다.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는 신세대 게임의 대표적인 사례로 불린다. 10년 전인 지난 2011년 출시된 마인크래프트는 네모난 블록을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쌓아올려 공간을 꾸밀 수 있는 게임으로, 채광(Mine)과 만들기(Craft)가 주요 콘텐츠다. 기존 게임과 다르게 무슨 일을 꼭 해야 한다는 그런 정해진 프로그램이 없고, 이용자가 혼자 또는 친구와 함께 건축, 사냥, 농사, 채집, 서바이벌 등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어린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하는 것처럼 자유롭게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뜻에서 ‘샌드박스’ 게임 장르로 분류되기도 한다.
마인크래프트는 이용자가 직접 게임 속에서 또 다른 게임이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게임 내 명령어 등을 조작해 마인크래프트 속 ‘맵(지도)’과 특별한 게임 ‘모드(MODS)’를 제작하는 것이다. ‘모드’는 게임에 특별한 콘텐츠를 더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의미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는 다른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2014년 마인크래프트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 게임이 어린이의 코딩 교육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교육용 에디션’을 내놓기도 했다.
로블록스는 코딩도 필요 없는 게임 제작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용자는 로블록스 속 ‘로블록스 스튜디오’에서 원하는 대로 게임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만 한국 인구과 비슷한 5000만개 수준이다. 모두 이용자가 플랫폼을 활용해 만든 게임이다.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 개발자도 있다. 게임 내에서 아이템 등 콘텐츠와 게임을 사고 팔기 위해 만든 화폐 ‘로벅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닌텐도 스위치와 같은 콘솔 게임기와 ‘슈퍼마리오’, ‘포켓몬스터’ 등의 게임으로 유명한 일본 닌텐도는 아예 코딩을 가르치는 게임을 내놨다. 지난 6월 11일 출시된 ‘차근차근 게임코딩’이다. 닌텐도 개발실에서 만든 이 게임은 ‘코딩적 사고’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으로, 코딩에 필요한 컴퓨터 언어를 교육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든’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코딩 개념을 쉽게 알려준다. 이 게임 역시 프로그래밍을 익힌 뒤 직접 게임을 만들면 공유할 수 있다.
‘차근차근 게임코딩’은 출시 직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6월 10~16일 닌텐도 e숍 게임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 다음주에도 2위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9년차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이모(33)씨는 “게임 자체는 코딩과 크게 상관은 없어보이지만, 프로그래밍적 사고를 기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게임을 직접 만들고, 나아가 이를 유통하는 새로운 수익 구조가 발생하자, 국내 게임사들도 ‘메타버스’등과 결합한 게임을 선보이려고 한다. 넥슨 등이 대표적이다. 넥슨은 최근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샌드박스 플랫폼 ‘프로젝트 모드(MOD)’를 공개하고, 온라인 PC게임 ‘메이플스토리’의 도트 지식재산권(IP) 정보를 전부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용자들은 메이플스토리 도트 IP를 이용해 자유롭게 자신만의 게임과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프로젝트 모드는 콘텐츠 메이킹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장르다”라며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 같은 경쟁자가 있는 샌드박스 시장에 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직원들에게 프로젝트 모드를 해보라고 했는데, 이미 할 만한 신선한 게임들이 많이 생겼다”며 “완성된 재미를 가지고 있는 ‘게임’ 대신, 개선점을 받아 개선해야 하는 플랫폼 개념으로 접근 중이다”라고 말했다.
‘직접 만드는 게임’에 대한 관심이 학부모 인식도 바뀌고 있다. 13세 자녀를 둔 대전광역시 거주 임모(57)씨는 최근 자녀의 자발적 요청으로 코딩 스쿨에 자녀를 등록시켰다. 임씨는 “최근 아들이 마인크래프트에 푹 빠져 마인크래프트 유튜버가 되고 싶다고 한다”며 “마인크래프트 게임은 코딩과 연관이 있는 모양인데 아이가 가고 싶다고 해 여름방학동안 단기 코딩 교육을 시켰다”고 했다.
어린 세대일수록 이런 ‘메타버스와 샌드박스류’ 게임들이 유행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과거 놀이터가 어떤 실재하는 공간이었다면 앞으로의 놀이터는 확장이 무한한 가상세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놀이터에서 저마다의 규칙을 가지고 하던 각종 놀이를 사이버 공간에서 ‘게임 제작’을 통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진 청강대 게임학과 교수는 “최근 저연령층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다”라며 “(알파 세대의 경우) 기존 이용자들에 비해 게임 속의 자유도에 대한 선호도가 많이 달라져 메타버스 기반의 게임이 강세를 보일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