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정부에 약속했던 28㎓ 5세대 이동통신(5G) 기지국 구축 이행 현황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말까지 구축해야 할 기지국은 약 4만5000개에 달하지만, 6월 말 기준 125개에 그쳤다. 2분기 기준 전 분기와 비교해 약 30개가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연내 목표 달성을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6월 30일 기준 준공 신고된 28㎓ 5G 기지국은 모두 125개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3월 말 기준 91개에서 34개가 늘었다. 28㎓ 기지국은 정부와 통신사가 4세대 이동통신(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라고 강조한 ‘진짜 5G’ 상용화를 위한 필수 요소다.
앞서 통신 3사는 지난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5G 주파수를 할당받으며 올해 연말까지 총 4만5000개의 28㎓ 5G 기지국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SK텔레콤이 1만5215개, KT가 1만5000개, LG유플러스가 1만5000개 등이다.
그러나 통신 3사는 2019년 첫해부터 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통신 3사가 구축하겠다고 밝힌 28㎓ 5G 기지국은 2019년 총 5269개였다. 지난해에는 1만4042개를 구축했어야 했고, 올해는 2만5904대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3년 연속 기지국 구축 계획 달성은 ‘미달’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무선국 구축 현황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매월 말 통신 3사로부터 무선국 구축 현황도 보고 받고 있다. 계획 이행을 하지 않은 통신 3사를 3년째 내버려 둔 셈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사실상 (기지국 구축 계획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가 통신사에 자율적으로 구축하도록 주문했지만, 결국엔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방치됐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라 통신 3사에 3년 차 망 구축 의무를 부여했고 내년 4월까지 실적을 제출 받아 점검하고 결과에 따라 필요한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면서도 “통신사에 망 구축을 독려하는 행정지도,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업체별로 보면 6월 말 기준 SK텔레콤이 74개로 가장 많고, KT(36개), LG유플러스(15개) 등의 순이다. 같은 기간 업체별 3.5㎓ 5G 기지국이 6만개 이상에 달하는 것과 대비된다. 3.5㎓ 5G 기지국의 경우 5000개~1만개 수준으로 매년 늘려온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28㎓ 대역은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피해가는 회절성이 약하다.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3.5㎓보다 촘촘하게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구축 현황을 보면 통신사들이 28㎓ 기지국 구축 시늉만 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월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과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가 첫 만남을 가졌을 당시에도 통신 3사 CEO들은 구축 계획 어려움을 토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통신사와 지하철 2호선 지선구간(신설동~성수역)에 28㎓ 5G망을 구축하기로 하는 등 뒤늦게 기지국 구축 목표 달성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실증 단계이기 때문에 지하철 2호선 지선구간에 몇개의 기지국이 설치될지는 파악할 수 없다”며 “통신사들이 대외비 등을 이유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