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랩스가 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한 도요타 프리우스 차량. /네이버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추가로 자율주행차 임시운행을 허가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회사가 운용하는 자율주행차가 더 늘었다는 의미다. 국내 정보기술(IT)업체로는 네이버가 지난 2017년 가장 먼저 자율주행 임시면허를 발급받았었는데, 지난해에 뛰어든 후발주자 카카오도 빠른 속도로 차량 확보에 나서면서 격차 좁히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양측의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 눈여겨볼 점은 차종이다. 네이버는 일본 도요타, 카카오는 기아 차량을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2019년 일본 수출규제 이후 불거진 ‘불매운동’ 여파에도 추가 면허 발급 대상 차종으로 도요타를 선택했다. 기존 연구와 비교를 위해서는 같은 차종 선택이 불가피했다고 네이버 측은 설명했다.

◇ 국내 ‘IT 공룡’ 네이버·카카오…자율주행 기술 자존심 대결

21일 네이버에 따르면 자회사 네이버랩스는 올해 4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 임시면허를 추가로 받았다. 앞서 2017년 국내 IT 업체 중 최초로 면허를 받은 뒤 4년 만에 자율주행차를 추가한 것이다.

현재 자율주행차가 국내 일반도로를 주행하기 위해서는 국토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토부 성능시험대상자인 자동차연구원에서 차량의 자기인증기준과 자율주행 기능에 대한 안전기준 충족여부를 만족해야 한다. 이를 넘으면 차량에 자율주행 면허가 발급된다.

네이버랩스는 일본 도요타 프리우스를 활용해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 중이다. 올해 추가로 면허를 받은 차종 역시 프리우스다. 네이버는 국내 IT 업체 중 자율주행 관련 기술 선도 업체로 꼽힌다. 이미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자율주행차 관련 다수의 특허를 출원했다. 특히 지도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도로자율주행용 고정밀 지도(HD맵)와 하이브리드 HD맵 등이다. 하이브리드 HD맵은 항공 사진과 모바일 매핑 시스템의 데이터를 결합해 자율주행을 위한 지도 개발을 목표로 한다. 자율주행차에 있어 지도 기술은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카카오 11인승 승합택시 서비스 ‘벤티’에 쓰이고 있는 카니발.

카카오는 지난해 처음 자율주행차 임시면허를 받은 이후 추가로 차량을 늘려 2대를 보유 중이다. 네이버가 임시면허 취득 후 4년 만에 차량을 추가한 것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로 차량을 더 확보한 것이다. 2대 모두 기아 카니발을 택했다.

카카오는 네이버와 비교해 자율주행차 임시면허 발급은 늦었지만, 기술력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최대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플랫폼 ‘카카오T’를 운영하며 쌓은 방대한 데이터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지도 기술 역시 갖췄다. 카카오내비는 국내서 티맵에 이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내비게이션 2위다. 해외에서 4세대 이동통신(LTE) 신호 기반의 실내 측위 기술 ‘FIN’을 세계 최초로 내비게이션에 상용화하기도 했다. 이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닿지 않는 터널에서도 끊김 없이 정확한 길 안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자율주행차 대수를 기술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국내 주요 기업들은 실제 도로 위에서 차량을 운행하지 않더라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구소 내에서도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곳이 대부분이다”며 “자율주행차를 늘리는 것은 기업 간 자존심 대결 차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차종은? 도요타 프리우스 vs 기아 카니발

한국의 도로를 누비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자율주행차는 프리우스와 카니발이다. 네이버는 프리우스, 카카오는 카니발을 선택했다. 프리우스는 일본 대표 완성차 업체 도요타자동차, 카니발은 국내 대표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그룹의 기아가 생산해 판매한다.

2017년 네이버가 처음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받았을 당시 국내에서 수입차로 허가를 받은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국내 자동차 업계와 부품사, 기관, 학계 등은 모두 현대차·기아 차량을 활용했었다.

네이버의 행보는 세계 ‘IT 공룡’ 구글과 유사하다. 구글도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에 프리우스, 렉서스 RX450h 등을 활용한 바 있다. 자동차 업계는 IT업체가 도요타 차량을 선호하는 이유로 ‘대중적 이미지’를 꼽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2015년 이후 5년 만에 독일 폭스바겐을 제치고 자동차 판매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 미국에서는 23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기차 등 친환경차 부문에서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일본차는 지난 2019년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번진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된서리를 맞았다. 2017년 첫 임시운행을 받을 당시는 불매운동 전이지만, 올해까지도 불매운동 여파는 지속되고 있다. 실제 불매운동을 견디지 못한 일본 닛산은 지난해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네이버가 프리우스를 택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라인을 앞세워 일본에 공을 들이고 있는 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네이버 관계자는 “처음 자율주행 면허를 받았을 때 전기 활용 부문을 고려해 하이브리드차를 고려했고 대중성, 실내 공간 등을 살펴본 결과 프리우스를 택했다”며 “기존 해왔던 비교 연구를 위한 차원에서도 다른 차종으로 할 수 없어 추가 면허를 받은 차종 역시 같은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경우 기아 카니발을 자율주행차로 택했다. 실내 공간이 넓어 차량 내부를 연구에 적합한 형태로 개조하기 수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카니발을 ‘카카오T벤티’에 활용 중인 만큼 대중성도 확보하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