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오는 7월 모바일 사업 철수를 앞두고 오프라인 매장인 LG베스트샵에서 애플 아이폰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베스트샵으로서는 존재감이 미미했던 LG전자의 휴대전화 판매보다 인지도 높은 애플 제품을 통해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다. LG베스트샵은 지난해 2년 만에 매출에서 삼성디지털프라자에 밀렸다. 또 휴대전화 사업 철수에 따라 불안정했던 매장 근무 직원들의 고용 보장도 담보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 영세 대리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2018년 맺은 상생협약이 발목을 잡고 있어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제품 구매처 확대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지만, 스마트폰 철수 이후 LG전자가 애플의 하청을 자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모바일 철수 코앞’ LG, 아이폰 판매…매출 늘리고 고용 유지
24일 LG전자 관계자는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판매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했다.
LG베스트샵은 LG전자가 생산하는 가전, 정보통신 제품을 국내 시장에 판매하는 브랜드다. 운영사는 하이프라자로, 지난해 말 기준 전국 408개 판매점을 운영 중이다.
LG베스트샵이 LG전자가 생산하는 제품이 아닌 애플 제품 판매 검토에 나선 것은 오는 7월로 예정된 모바일 사업 철수 대비 차원으로 풀이된다. LG전자 모바일 사업 영향력이 시장에서 크다고 볼 수는 없지만, LG베스트샵으로서는 매출에 구멍이 생기게 된다. 이를 애플 제품으로 메우겠다는 의도다.
LG베스트샵은 지난해 매출 2조8910억원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펜트업(pent-up) 수요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삼성디지털프라자(3조2977억원)에 밀렸다. LG베스트샵 매출이 삼성디지털프라자에 밀린 것은 2017년 이후 2년 만이다.
LG 모바일 사업과 비교해 국내 시장에서의 애플 인지도를 고려하면 LG베스트샵은 아이폰 판매로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로, 삼성전자(65%)에 이은 2위다. LG는 13%로 3위를 기록했다. 애플 입장에서도 LG전자가 차지하는 10% 이상의 공백을 삼성전자에 내주지 않기 위해 판매처 확대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아이폰을 판매하면 LG베스트샵에서 모바일 판매를 담당하는 ‘모바일 매니저’들의 고용 보전도 가능해진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1월, 4월 등 모바일 사업 철수와 관련해 “고용은 유지될 것이다”라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과거 LG베스트샵 직원 일부는 파견업체로부터 수급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대부분 직접고용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 ”골목상권 침해” 영세 대리점 반발…엇갈리는 소비자 반응
하지만 LG베스트샵에서의 아이폰 판매를 두고 영세업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지난 21일 동반성장위원회에 LG베스트샵 운영사인 하이프라자의 동반성장협약 준수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또 LG전자에는 LG베스트샵 아이폰 판매설(說)의 사실 여부도 문의한 상태라고 한다.
협회 관계자는 “하이프라자가 애플 아이폰 등을 판매할 것이라는 얘기가 시장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며 “LG전자 측에 확실한 답변을 달라고 요구한 상태로 아직 회신은 없다”고 말했다.
협회 측은 LG베스트샵에서 실제 판매가 현실화하면 2018년 5월 체결한 ‘이동통신 판매업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당시 상생협약에는 협회와 동반위,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함께 했다. 상생협약서에는 ‘삼성전자판매는 삼성전자가 생산 또는 공급하는 모바일폰을, 하이프라자는 LG전자가 생산 또는 공급하는 모바일폰만 판매한다’고 돼 있다. LG베스트샵이 애플 제품을 판매할 경우 여기에 어긋난다 것이다.
소비자들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판매처가 확대되면 그만큼 제품 구매가 수월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고 애플의 하청업자를 자처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