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5G’로 불리는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의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를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가장 먼저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이달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서울 지하철 28㎓ 주파수 대역 5G 설비 구축 제안을 받고 지난 14일부터 구축에 들어갔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6월 초 실사를 했고, 이달부터 구축해 시험에 들어간다”며 “(서울 지하철) 2호선 지선을 대상으로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올해 말까지 국내 통신 3사가 목표로 한 각 1만5000개의 28㎓ 무선국 구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을 고려한 ‘고육책’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 서비스는 지난 2019년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앞두고 정부와 통신사들이 강조한 ‘빛의 속도’를 구현할 황금 주파수로 불린다. 4세대 이동통신(LTE)과 비교해 최대 20배 빠른 최대 20Gbps(초당 기가비트) 속도를 구현한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5G는 내려받을 때 최대 20Gbps, 올릴 때 10Gbps 속도를 지원한다. 1초 만에 영화 파일 한 편을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다.
그동안 국내 통신사들은 3.5㎓ 대역으로 전국망 구축에 집중해왔다. 이는 LTE보다 최대 4배가량 빠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20배 빠른 28㎓ 서비스를 기대했던 소비자들로서는 LTE와 비교해 확연히 빨라진 속도를 체감할 수 없었다. 이에 일부는 통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돌입한 상태다.
28㎓ 주파수는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회절성(전파의 꺾임성), 투과성(물질을 관통하는 성질)이 떨어져 기지국을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 정부와 통신사는 이 때문에 전국망보다 기업용(B2B)이나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이 주파수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울 지하철 28㎓ 주파수 대역 5G 설비 구축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하철에서 우선 진짜 5G를 사용할 수 있게 되지만, 일상에서의 이용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국망 설치 비용만 최대 20조원으로 추산되는 데다, 상용화 시 수익성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임혜숙 신임 과기정통부 장관도 주파수 특성상 28㎓ 5G는 전국망으로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28㎓ 대역 구축은 과기정통부가 서울교통공사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이통사들의 무선국 구축 계획이 불가능해지자, 정부가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5G 주파수 할당 당시 각 이통사에 2021년까지 1만5000개의 28㎓ 무선국을 의무적으로 구축하도록 했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이통 3사가 구축한 무선국은 100개도 되지 않는다. 이행 점검 결과에 따라 의무 미이행으로 파악되면 전파법에 따라 주파수 할당 취소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