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밀린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빠르게 저물고 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야외 활동까지 줄면서 디지털카메라 출하량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 도쿄에 있는 카메라 상점 모습. /연합뉴스

5일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디지털카메라 글로벌 출하량은 207만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숫자다. 2년 전인 2019년 1분기와 비교해서는 35% 급감했다.

이는 같은 기간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출하량(7600만대)과 비교해 2.6%에 불과한 규모다. 갤럭시 스마트폰 100대가 팔려 나갈 때, 디지털카메라는 3대도 안팔렸다는 이야기다. 같은 기간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이 3억2000만대인 걸 고려하면 0.6%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1000대당 디지털카메라는 겨우 6대 판매된 것이다.

연간 디지털카메라 출하량은 스마트폰이 출시된 2010년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이다. 1999년 500만대였던 디지털카메라는 보급이 확대되면서 2007년 1억대를 넘기기도 했다. 이어 2010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억2146만대가 출하됐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디지털카메라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출하량은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지난 2015년에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지 불과 5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하락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고, 2019년 1486만대, 지난해 889만대로 위축됐다. 연간 1000만대를 처음으로 넘었던 2000년 이후 20년 만에 연간 출하량은 1000만대를 하회했다.

그래픽=정다운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디지털카메라 출하량이 계속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한다. CIPA는 연간 보고서에서 “올해 디지털카메라 출하량이 전년 동기 10% 감소하면서 800만대를 위태롭게 유지할 수 있다”라고 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이 진화하면서 일명 ‘똑딱이’로 불리는 중저가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존재감이 희박하다. 콤팩트 카메라의 올해 1분기 출하량은 74만대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0% 넘게 줄었고, 지난해의 경우 전년대비 47% 추락했다.

카메라 업체들은 스마트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영상 기능을 강화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를 공략하기 위해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을 탑재하고 영상 특화 제품의 라인업을 늘리는 식이다.

또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계속되는 중이다. 니콘이 골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출시하고 캐논이 망원경 기능을 접목한 줌 카메라를 내놓는 게 대표적이다. 강점을 갖고 있는 광학 기술을 활용해 고성능 폐쇄회로(CC)TV를 출시하거나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