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기존에 계약된 물량 외에는 모니터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철수를 본격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모니터용 LCD 패널 출하량은 전년 대비 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초부터 모니터용 LCD 생산량을 기존과 비교해 90% 이상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모니터용 LCD 계약이 체결된 물량까지만 생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패널을 생산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CD 패널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공급 단가를 낮추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고, 결국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수년간 적자가 불가피했던 까닭에 사업을 정리하고,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등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LCD 사업 철수 결정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주요 경영진들에게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라며 QD-OLED를 포함한 차세대 기술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오는 2025년까지 시설 10조원, 연구개발(R&D) 3조원 등 총 13조원 규모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투자 계획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LCD 철수 계획은 즉각 실행으로 옮겨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9년 주력 LCD 공장인 충남 탕정 L8 생산 라인 일부를 철수했다. 동시에 사업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2020년까지만 LCD를 생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상황을 반전시켰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TV나 노트북, PC, 태블릿 등 LCD 패널을 사용하는 전자기기 수요가 급증했다. 세트 제조사들은 삼성디스플레이에 LCD 생산 연장을 요구했고, 회사는 철수하기로 한 탕정 생산라인 일부를 LCD 패널 생산에 조금 더 활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모니터용 LCD 패널만큼은 계획대로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수요가 당분간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OLED 패널로 넘어가는 게 미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지난해 말 중국 쑤저우에 있는 LCD 생산 라인의 가동을 중단했고, 지난 4월 중국 CSOT에 최종 매각한 것도 이런 흐름으로 해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들어 노트북용 OLED 패널 생산을 확대하는 등 모니터용 LCD 패널 생산의 빈자리를 채워나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월 올해 노트북용 OLED 패널을 10종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고, 지난달에는 OLED가 탑재된 삼성전자 노트북이 실제 출시되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가 중심인 노트북용 패널 시장에서 OLED로의 전환을 선점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하반기 모니터용 LCD 생산을 완전히 중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상반기 출하 목표량인 120만대를 달성한 후 모니터용 LCD 패널 생산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모니터용 LCD 패널 생산을 중단하면서 올해 1분기 글로벌 생산량도 큰 폭으로 줄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모니터 LCD 패널 출하량은 3990만대로 전 분기 대비 8.6% 줄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생산을 연장했지만, 이는 주로 TV용에 해당한다”며 “모니터용 LCD 생산은 철수했다고 보는 게 맞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