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길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네이버와 카카오(035720)의 구독경제 시장 선점 경쟁이 콘텐츠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양사는 넷플릭스처럼 유료 구독 서비스를 출시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맞붙을 예정이다.

17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는 사용자들이 월 구독료를 내고 텍스트, 동영상, 오디오, 생방송 등 다양한 프리미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출시를 공식화했다.

네이버가 먼저 지난 13일 ‘프리미엄 콘텐츠’라는 서비스의 클로즈 베타 테스트(CBT)를 시작했다. 전문가, 작가, 언론사 등 창작자들이 저마다 채널을 개설하고 그 안에 콘텐츠를 게시하면, 독자는 해당 채널에 월 2900~1만9900원의 구독료를 내고 채널 속 콘텐츠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는 구독료의 1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네이버엔 지금도 네이버 뉴스,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TV 등 무료 콘텐츠 구독 기능을 갖춘 플랫폼들이 있다. 각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은 구독자 수십만~수백만명을 거느리는 인플루언서들도 다수 탄생했다. 현재 수익 모델은 네이버와 창작자가 콘텐츠에 따라붙는 광고로 돈을 버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늘어난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 구독 모델이 넷플릭스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자리잡으면서 네이버도 수익 모델 변화가 필요해진 것이다.

네이버는 “전문가 수준의 창작자들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고, 그들의 콘텐츠에 기꺼이 돈을 내고 사용하는 방식이 전 세계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창작자 입장에서는 특정 분야에 관심 있는 유료 구독자를 만나 콘텐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프리미엄 콘텐츠는 1개월간 CBT를 거쳐 다음 달 안에 정식 출시된다.

카카오도 오는 8월 비슷한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네이버가 국내 1위 포털 경쟁력을 내세웠다면, 카카오는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에 ‘구독’이라는 탭을 만들어 사용자들이 콘텐츠에 쉽게 접근토록 할 계획이다. 카카오톡 친구를 등록하는 기존 사용 방식과 비슷하게 원하는 창작자 채널을 구독해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다. 구독료와 수익모델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카카오는 유료뿐만 아니라 무료 콘텐츠도 함께 제공함으로써 출시 초기 네이버와의 사용자 선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네이버가 프리미엄 콘텐츠 CBT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13일,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뉴스1 주최 포럼에서 “창작자가 자신이 만든 콘텐츠에 대해 독자와 토론을 하고 싶으면 오픈채팅방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며 구독 플랫폼으로서 카카오톡의 접근성을 재차 강조했다.

가파르게 성장 중인 국내 구독경제 시장은 양사 모두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전장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6년 25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40조1000억원으로 4년간 55% 성장했다. SK텔레콤도 지난 11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시장 규모가 49조원이라고 추산했으며, 2025년엔 10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非)콘텐츠 사업에서 격돌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6월 월 4900원으로 네이버페이 적립, 웹툰·음원·영화 등 디지털 콘텐츠 이용 혜택이 있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출시해 지난해 말까지 가입자 250만명 이상을 달성했다. 카카오는 최근까지 월 4900원에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무제한 사용하는 ‘이모티콘 플러스’, 클라우드 서비스인 ‘톡서랍 서비스’, 가전·가구 렌털·배송 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맞서고 있다.

양사의 경쟁은 올해 하반기 콘텐츠 구독 서비스 출시를 통해 한층 더 과열될 전망이다. 국내 유료 콘텐츠 구독 시장은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지만, 넷플릭스의 지난해 국내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전체 구독 시장 중에서도 특히 더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고 있어서다. 전날 해외에서도 소셜미디어(SNS) 강자 트위터가 월 2.99달러(약 3400원)에 인플루언서들의 유료 트윗을 받아볼 수 있는 ‘슈퍼 팔로우’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유료 구독 서비스 ‘트위터 블루’ 출시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