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진짜 5세대 이동통신(5G)’이라고도 불리는 28기가헤르츠(㎓) 대역의 5G 서비스에 대해 “서비스 모델이 확실하지 않고 기술 성숙도도 높지 않다”라며 “(통신사들이 투자하는 것에 대해) 좀 더 검토해야 한다”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역시 지난달 15일 ‘농어촌 5G 공동이용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28㎓ 대역 의무 구축도 (농어촌 망처럼) 공동 구축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공동 구축에 나서면) 아마 크게 어렵지 않게 기지국 1만5000곳 설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 정책을 수립하고 이끄는 과기정통부에서 초고주파 대역의 5G 상용화에 대한 정책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28㎓는 2019년 한국이 ‘5G 세계 최초 상용화' 당시, 5G 서비스의 차별점으로 내세웠던 초고속, 초저지연 등의 특성을 구현할 주파수로 불린다.
예정대로라면 통신 3사는 올해 말까지 28㎓ 대역의 5G 기지국을 각각 1만5000개씩, 총 4만5000개를 의무 구축해야 한다. 2018년 5G 주파수 경매에서 해당 대역의 주파수를 받아 가면서 3년 내 구축을 약속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지난 3월 말까지 통신사가 구축한 28㎓ 대역 기지국 수는 SK텔레콤(017670)이 60개, KT(030200) 24개, LG유플러스(032640)가 7개로 3사를 다 합쳐도 100개가 채 안 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서는 정부가 1만5000개씩의 의무 할당량을 3사 합산 1만5000개로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각사당 5000개 수준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28㎓ 주파수를 이용한 5G 서비스는 현재 사용 중인 3.5㎓ 주파수의 5G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훨씬 빠르지만, 전파 도달 거리는 3.5㎓ 대비 15%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국망 서비스를 위해서는 건물과 집마다 5G 기지국·중계기를 설치해야 해 최소 20조원의 투자비가 필요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해왔다.
통신사 관계자는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회절성(전파의 꺾임성), 투과성(물질을 관통하는 성질)이 떨어져 벽, 사람, 낙엽도 뚫지 못하는 게 이 주파수다”라며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장치가 너무 많이 필요해 소비자용(B2C) 서비스로는 감당할 수가 없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한정적 공간에 적용하는 기업용(B2B)이나 공간이 뻥 뚫려 있어서 회절성, 투과성과 무관한 경기장 등의 핫스팟에 28㎓ 대역 5G 서비스를 한다는 게 정부와 통신사의 대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처음부터 28㎓ 대역으로 전국망을 깔겠다는 구호를 외쳤던 것은 말도 안 됐다”라면서 “현재 상용화 중인 3.5㎓ 대역을 통해 폭넓은 구역에서 서비스를 하고, 초고속·초저지연이 필요한 스마트팩토리 등 특정 공간에서 28㎓ 대역으로 서비스하는 것이 결합되는 게 ‘진정한 5G’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2019년 4월 한국보다 약 1시간 늦게, 미국 시카고, 미니애폴리스 등 일부 지역에서 28㎓ 대역 5G를 상용화한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은 최근 우리 돈 60조원(529억달러)을 투자해 C밴드(4~8㎓) 주파수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버라이즌은 “고객들이 보유한 애플 아이폰12, 삼성 갤럭시S21 등의 5G 기기 중 70%가 이 주파수 대역과 호환 가능한 만큼 2022~2023년이면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 수가 1억75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커버리지 확대를 위해서는 28㎓와 함께 주파수 병행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