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인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후보물질) 가운데 상업화의 마지막 단계로 꼽히는 임상 3상에 돌입한 후보는 57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기존 의약품을 섞어서 개량하는 목적의 복합제 파이프라인을 제외하면 17건 정도가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 신약으로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이 향후 사업 전략 수립을 위해 전국 245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국가 과학기술 지식정보 서비스를 통해 국내 신약개발 동향을 파악한 결과 국내 총 1833건의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단계별로 비임상 전 단계가 944건으로 가장 많았고, 비임상 단계가 463건, 임상1상 173건, 임상2상 144건, 임상3상 57건, 승인신청 단계는 52건으로 나타났다. 사업화의 최종 관문인 임상 3상(57건) 파이프라인을 종류별로는 구분하면 저분자(합성)의약품이 20건으로 가장 많았고, 바이오의약품은 16건, 유전자 9건, 기타는 10건으로 집계됐다.
묵현상 KDDF단장은 임상 3상 단계 파이프라인과 관련해 “자체으로 분석한 결과 57건 중에서 연고제나 복합제를 제외한 17개 정도는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 신약으로)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묵 단장은 이어 “국내에서는 임상 3상에 드는 비용 부담으로 신약 도전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데, 1조원 규모 신약 개발 지원 메가펀드가 조성되면, 그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며 도전할 것을 제안했다.
묵 단장은 이어 “전체 파이프라인을 보면 노바티스, 로슈, 사노피, 존슨앤드존슨, 화이자, 다케다제약, 머크 등 7개 해외 빅파마기업의 파이프라인을 취합한 것보다 많은 숫자다”라며 “로슈와 화이자의 연간 R&D 비용이 각각 12조원과 18조원에 이른 것을 감안하면 국내 신약연구 개발이 양적으로는 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라고 했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출범에 앞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을 통해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 HK이노엔의 케이캡,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등이 사업단의 지원을 받고 성공적으로 신약으로 개발됐고, 대규모 기술 이전도 17건 가량 있었다.
김순남 R&D 본부장은 “앞으로도 더 많은 성공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며 “신약 개발 과정마다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이라고 불리는 구간이 있는데, 학계와 산업계가 이 구간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학계와 연구소의 신약과제 발굴과 인프라·투자를 연계하고, 기술창업과 기술이전 등을 지원하는 브릿지 사업이 꼽힌다. 김 본부장은 “(신약 연구를 하다 보면) 연구자와 개발자, 임상의(수요자) 사이에 사업에 대한 이해도에도 상당한 갭(차이)이 있다”며 “참여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R&D 사업화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앞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체 1833건의 파이프라인을 질환별로 구분한 결과 암이 698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중추신경계질환(207건), 감염질환(152건), 대사질환(144건), 면역질환(132건), 안과질환(73건), 심혈관질환(63건)호흡기질환(49건) 등이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