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연구원이 신약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 제공

일동제약이 지난해 매출액의 20% 수준인 1082억원을 신약 개발에 투입했다. 매년 한 해 회사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써왔는데, 이번엔 훨씬 많은 금액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것이다. 일동제약은 현재 ▲암 ▲당뇨병 ▲간 질환 ▲위장관 질환 ▲호흡기 질환 ▲안과 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 10여종의 신약 후보물질을 갖고 있다. 회사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 덕분에 당뇨병, 지방간염 등 대사질환 분야에서 글로벌 임상 추진과 국내외 특허 확보 등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IDG16177′이다. 이 후보물질은 췌장에 인슐린을 분비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단백질결합수용체(GPR40)’를 활성화한다. 단백질결합수용체의 신호로 췌장이 인슐린을 분비하면, 환자의 혈당이 떨어지는 구조다.

혈당 수치가 높으면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오히려 저혈당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후보물질은 그런 부작용 위험이 낮다고 한다. 단백질결합수용체를 한꺼번에 활성화시키는 게 아니라 선택적으로 활성화시켜 인슐린 분비량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동물실험에서 경쟁사 신약 후보물질에 비해 10~30배 적은 용량을 투여했는데도 혈당이 더 많이 떨어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독성 평가에서도 좋은 결과를 나타냈다. 이 후보물질은 독일에서 임상 1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호주 등에서 특허 등록을 마쳤고 유럽, 중국 등에 특허 출원을 준비 중이다.

이 밖에 글루카곤 유사펩타이드(GLP-1 수용체) 계열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ID110521156)도 갖고 있다. GLP-1 호르몬은 체내 인슐린 분비, 혈당 조절, 소화기관 운동, 식욕 억제 등에 다방면으로 관여한다. 현재 비임상 연구 중이다.

일동제약 서울 서초구 본사 전경. /일동제약 제공

일동제약은 비 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ID119031166)도 갖고 있다. 이 물질은 간을 구성하는 세포 표면의 ‘파네소이드X수용체(FXR)’를 활성화 시키는 기전의 약물이다. FXR이 활성화됐을 때 나오는 담즙산이란 물질이 지방간, 간 내 염증, 간 섬유화 등을 완화시키면서 각종 간질환 증상을 개선한다. 동물실험으로 증상 개선 효과를 확인했고, 국내외 특허 출원을 마치고, 올해 안에 임상 1상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신약 개발은 크게 ▲후보물질 발굴 ▲임상 시험 ▲허가 및 상용화 등 단계를 거친다. 일동제약은 단계별로 전문성이 높은 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 회사의 주요 계열사인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신약물질 발굴,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 컨설팅, 아이디언스는 허가 및 상용화 부문을 담당한다.

일동제약은 이러한 시스템을 활용해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과제 진행 속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신약 물질에 대한 권리 확보, 기술 이전 등에 유리한 조건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