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7대 우주 강국’ 반열에 합류했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목표로 했던 700㎞ 고도 도달에 성공하면서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 이후 8개월 만에 진행한 ‘재수’ 끝에 이뤄낸 결실이다. 2차 발사를 앞두고 기상 악화와 기체 부품 문제로 두 차례 발사 일정이 미뤄지는 악재 속에도 고군분투한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발사 하루를 앞두고 불거진 기체 부품 문제에 체면을 구겼던 국내 연구진은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목표로 했던 고도에 도달하자 이를 지켜보던 연구진들 사이에선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정부도 고체 로켓 개발 30년 만에 이뤄낸 쾌거라고 자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누리호 2차 발사를 계기로 한국이 명실상부 우주 강국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 오후 4시 우주로 향해 875초 만에 700㎞ 궤도 진입
누리호는 21일 오후 4시 예고한 대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를 떠나 하늘로 향했다. 이후 약 1분 단위로 100㎞ 고도씩 진입해 목표로 했던 700㎞ 궤도 진입은 오후 4시 13분에 확인됐다. 이후 오후 4시 14분 성능 검증 위성을, 4시 15분 위성 모사체 분리도 확인했다. 4시 19분 추적 운용이 종료됐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발사 결과 브리핑에서 “오늘 발사된 누리호는 목표 궤도에 투입됐고, 성능 검증 위성을 성공적으로 분리하고 궤도에 안착시켰다”라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성공을 발표한다”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앞으로 대한민국 우주 역량을 계속해서 키워나가겠다”라며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도 “누리호 2차 발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라며 “그동안 누리호 발사를 응원해주고 많은 격려를 해준 국민께 감사하다”라며 발사 성공을 공식 발표했다.
예정된 오후 4시 하늘로 향한 누리호는 예상보다 이른 시간 내 궤도에 진입했다. 이륙 후 123초 62㎞에서 1단, 227초에 202㎞에서 페어링을 분리했다. 이어 269초 273㎞에서 2단 분리했고, 875초 고도 700㎞에서 성능 검증 위성 분리에 성공했다. 곧이어 945초 위성 모사체 분리까지 성공하며 모든 과정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예상보다 좀 빠르게 진행됐는데, 탑재하는 원료에 따라 매번 다를 수 있다”라며 “오늘은 성능이 더 나와 전반적으로 빠르게 진행됐다”라고 설명했다.
◇ 재수 끝에 우주 항해 성공
누리호는 지난해 10월 1차 발사 이후 8개월 만에 진행된 2차 발사에서 목표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누리호 2차 발사의 목표는 총질량이 1.5t인 위성모사체와 성능검증위성을 700㎞의 고도(오차범위 5%)에 올려놓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초속 7.5㎞의 궤도 속도를 달성해야 한다.
고정환 본부장은 “발사체 최종 목적은 원하는 궤도에 원하는 속도를 맞춰서 투입하는 것이었다”라며 “(목표로 한) 700㎞ 고도에 들어갔고, 초속 7.5㎞를 정확하게 달성했다”라고 평가했다.
누리호는 발사를 앞두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기후변화와 기체 부품 결함으로 연이어 발사 일정이 연기되면서다. 특히 기체 부품 결함으로 발사대로 이송했던 누리호를 조립동으로 재이송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국형 발사체 기술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 韓, 세계 7대 우주 강국 진입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을 계기로 한국은 세계 7대 우주 강국 반열에 합류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 따르면 세계에서 위성 자력 발사 능력을 보유한 국가는 총 9개다. 자력 발사 성공 연도를 기준으로 러시아(1957년), 미국(1958년), 유럽(프랑스 등·1965년), 중국·일본(1970년), 인도(1980년), 이스라엘(1988년), 이란(2009년), 북한(2012년) 등이다.
이 중에서도 무게 1t 이상의 실용급 위성 발사를 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 러시아, 유럽, 인도, 일본, 중국 등 6개에 불과하다. 이스라엘, 이란, 북한은 300㎏ 이하 위성 자력 발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발사체 개발 기술은 국가 간 기술이전이 엄격히 금지된 분야다. 미사일기술통제체(MTCR) 및 미국의 수출 규제(ITAR) 등으로 우주발사체 기술 이전이 통제돼 있어 독자적 우주발사체 개발이 필수다.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만큼 한국은 독자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해 국가 우주개발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이종호 장관은 “1993년 6월 최초의 과학로켓이 발사된 지 30년 만이다”라며 “우리 땅에서 우리 손으로 우리가 만든 발사체를 쏘아 올린 7번째 나라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 장관이 언급한 한국 최초의 과학로켓은 관측로켓 KSR-I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