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로직스 이원직 대표가 14일(현지 시각)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김명지 기자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14일(현지 시각) “인천 송도나 충북 오송 등에 메가플랜트(대형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밝히고, “국가적 차원에 고용창출, 업의 발전을 위해 추가 투자 계획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8000억원에서 1조원 정도”라고 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미국 뉴욕주 시라큐스 바이오의약품 제조시설을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히면서, 위탁생산개발(CDMO)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 때문에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국내에 제조시설을 두는 것이 아닌 해외 제조시설을 직접 인수해 운영하는 SK팜테코 모델을 따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시라큐스 공장에 유휴부지가 많아서 국내 설비 증설 여력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국내 투자’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 대표는 “(생산역량이) 몇십만 리터(L) 규모의 메가플랜트는 (건설)원가나 운영비 측면에서 한국이 유리하다”라며 “시라큐스에 있는 BMS공장에 유휴부지가 있지만, 공장 증설이나 인력 유지 비용이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럽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인건비나 규제 문제가 있다”며 “(글로벌 사업 차원에서도) 한국은 매력적인 장소”라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증설 검토 지역에 대해서는 “여러 지자체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국내에서는 인천 송도와 충북 오송이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유정복 인천시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치를 공약으로 세우기도 했다.

이 대표는 BMS 뉴욕 공장에 대해서는”원래 CDMO공장 아니었기 때문에 가동률이나 활용도 높이지 않고 운영되어왔던 만큼 (우리가 인수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고, “이 공장의 위탁개발사업(CDO) 역량은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은 좀 더 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했다.

뉴욕 공장의 인력이 현재 450명 규모인데, 70명 정도를 추가로 충원할 계획이고, CDMO 하는데 필요한 인재들은 주로 미국 현지에서 채용할 예정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그러면서 “2023년 하반기에는 (이미 계약된 BMS의 생산 물량을 제외한) 타고객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곳은 BMS가 페니실린 등 소분자 의약품 생산 공장을 철거하고, 바이오 의약품 공장으로 변환 시킨 곳이며,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공장과 사이즈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크다는 것이 롯데 측 설명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3일 바이오USA에 단독부스를 마련하며 글로벌 시장 데뷔전을 치렀다. 이 회사는 지난 7일 국내 법인을 설립했고, 한달 전 BMS 생산공장 인수계약을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의 이 대표가 작년 8월 롯데지주 신성장사업팀으로 합류한 지 1년도 되지 않는 시기에 이 모든 일이 이뤄졌다.

이 대표는 “바이오USA 부스를 예약한 것이 먼저이고, BMS 공장 인수건이 시작됐다”라며 “공장 인수건은 10월에 마무리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UC버클리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11년가량 근무했으며, 그보다 앞서 BMS에서 5년가량 근무했다.

한편 이날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참석한 이훈기 롯데지주 전략기획실장은 롯데그룹의 바이오 분야 투자 규모에 대해서 “2조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라며 “바이오 투자를 위해서 현금이 창출되는 사업이라도 유망하지 않다면 매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