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1일 오전 경기 광주시 선한빛요양병원에서 남편 김창일 씨가 부인과 대면 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요양시설에 코로나19 진료 경험이 많은 의료진으로 구성된 ‘의료 기동전담반’을 투입하고,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코로나19 치료제를 최우선 처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코로나 사망자 10명 중 4명이 요양병원 등에서 발생하는 의료 대란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정부 조치가 사후약방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코로나 유행 여파로 이들 시설에서 환자를 도와 온 간병 인력들이 떠나면서 폐업하는 요양시설도 속출하고 있다.

◇ 감염 우려에 요양병원 관두는 간병사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요양시설에 고령의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있으나 의사가 상주하고 있지 않아 적극적인 의료지원이 필요하다”며 “요양시설에 ‘의료 기동전담반’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요양병원과 요양원 등 요양시설은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대본에 따르면 3월 1주차부터 4월 1주차까지 5주 동안 요양시설에서 감염에 취약한 고령의 기저질환자를 중심으로 420건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이 시설에서 3326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는 전체 코로나 사망자(9034명)의 36.8%로, 사망자 10명 중 4명이 요양병원 요양원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22일 오전 광주 북구 한 요양병원 정문 앞에서 북구보건소 직원들이 소독작업을 하기 위해 방역복을 입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전담 의료인력을 투입하고, 코로나19 치료제를 우선 공급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사후약방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들 시설에서 환자를 돌보며 근무하던 간병인과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면서 문을 닫는 시설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한 요양병원 이모 간병팀장은 “최근에는 (요양병원) 환자 가족들이 아무리 높은 보수를 불러도 일하겠다는 간병인이 없다”며 “국내에서 일하는 간병사는 중국인 동포가 대부분인데 코로나 유행 이후 중국으로 돌아간다며 일을 그만 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에 간병사가 줄어들면 이들이 해야 할 일을 간호사가 떠맡아야 한다. 업무에 치인 간호사까지 일을 그만두면서 문 닫는 요양병원까지 생겼다. 기평석 회장은 “간병인이 (요양병원에서) 빠진 뒤 간호사까지 도미노처럼 그만두는 바람에 문을 닫은 요양병원이 많다”고 말했다.

그래픽=최정석

◇ “돈 아무리 많이 줘도 일한다는 사람 없다”

요양병원은 한 병실에 최대 6명까지 환자가 들어가고, 간병인 1명이 병실에 머무르며 환자 수발을 드는 구조다. 제한된 공간에서 집단생활이 이뤄지기 때문에 한 명만 코로나에 감염돼도 병실에 있는 모든 사람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간병인과 환자가 24시간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현행 간병 시스템은 코로나 감염에 취약하다는 뜻이다.

국내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사는 대부분 60대 이상으로 코로나에 감염되면 젊은 사람들보다 중증화·치명률이 훨씬 높다. 감염 위험이 높은 요양병원에서 일하기를 꺼릴 수 밖에 없다. 오미크론으로 병원 내 환자가 늘어나면서 업무 강도도 높아졌다. 경기도 한 요양병원은 병원 내 인력 20명 중에서 17명이 감염돼 사흘도 쉬지도 못하고 업무에 복귀했다고 한다.

지난 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코로나특위) 7차 회의에 참석한 요양병원, 요양원 관계자들은 코로나 사망자가 쏟아지는 현실과 요양병원 간병사 인력 부족 문제를 성토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코로나 때문에 중단했던 요양보호사 실습을 이달 중순 쯤 재개하고, 요양병원에 교육생을 파견해 인력을 보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현장 반응은 마뜩잖다.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은 “업무 숙련도가 낮은 교육생들을 파견하면 이들을 가르치느라 일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현 시점에 필요한 것은 머릿수 채우기식 정책이 아니라 적정한 예산을 투입해 전문성 있는 인력을 최대한 빨리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