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3일 서울 동대문구 동부병원 24시간상담센터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재택 치료 환자들과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뉴스1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거주 중인 이모(26)씨는 지난 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양성 통보를 받은 이튿날 체온은 38도까지 오르고 목이 부어 음식을 넘기지 못했다. 심한 기침으로 구토까지 했다. 인근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약 처방을 받았지만 배송이 문제였다. 병원 간호사는 “보건소를 통해서 받으면 배송비가 무료지만 약을 제 때 받기 힘들 수 있다”며 “급하면 퀵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안내했다.

증상이 심했던 이씨는 결국 오토바이 퀵 배송비 2만원을 내고 그날 오후에 약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씨는 “몸이 너무 아픈데, 약을 곧바로 받기 어렵다는 말을 듣자 굉장한 공포를 느꼈다”며 “나 같은 상황의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웃돈을 주고 퀵 배송을 썼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 확진자 폭증에 보건소 배송 업무 한계 봉착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 씨의 사례처럼 재택치료 중인 코로나19 일반관리군 환자들이 처방약을 받기 위해 본인 돈을 들여 퀵 배송, 심부름 업체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일선 보건소의 처방약 배송이 느려지자 환자들이 약을 제 때 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자구책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1급 감염병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치료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한다. 비대면진료비는 물론이고 배송비도 국가 부담이다. 대신 약 배송은 일선 보건소를 통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보건소 업무가 한계에 봉착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21만716명이다. 재택치료환자는 115만6185명으로 전날보다 22만6894명 늘어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전국의 보건소는 화이자의 먹는(경구용)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조제를 허가받은 일부 지정약국의 배송 요청만 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팍스로비드를 취급하는 약국은 모두 472곳으로 전체 약국(2만3586개)의 2% 수준이다. 서울 중구 ‘을지수온누리약국’의 약사는 “보건소에서 (팍스로비드 지정약국의) 배송 요청마저 밀리고 있다”며 “보건소 배송 요청은커녕 전화 연결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0일 서울 시내 한 약국에 붙은 코로나 재택 가정 상비약 판매 안내문. /연합뉴스

◇ 비대면 진료앱, 심부름 업체 약 배송 특수

보건소가 처리하지 못하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심부름 서비스 플랫폼이 재택치료환자의 약 배송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한 비대면 진료 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지난 2월 약 배송 건수는 올해 1월보다 2배, 지난해 2월보다는 40배 가까이 늘었다”며 “다른 비대면 플랫폼 회사들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다운로드 수가 10만회를 넘는 2개 심부름 서비스 플랫폼 업체는 지난달부터 재택치료환자 처방약 배송을 시작했다. 이런 서비스업체의 배송비는 기본 5000원에서 배송 거리에 따라 가격이 올라간다. 재택치료 환자들 사이에서는 “치료비를 전액 부담하겠다는 법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약사들은 약 배송 건수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서울 동작구 ‘건강온누리약국’ 한 약사는 “얼마 전에도 배송 기사가 환자 이름을 헷갈려 다른 환자의 처방약을 잘못 배송했다”며 “재택치료환자가 늘면서 약 배송도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배송 기사에게 약을 전달할 때마다 불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