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23일 17만명을 넘어섰다. 17만명은 지난주 정부가 이달 초 ‘확산 정점’이라고 예측한 수치인데, 한 주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이 정도 확산세라면 다음 달 9일 대선 전후로 하루 34만명의 확진자가 쏟아질 것이라는 전문가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백신 접종을 3차까지 마치고 오미크론에 감염된 환자의 치명률을 공개하면서 코로나19가 국내 풍토병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의료진 가운데 확진자가 나와 대응 인력이 부족한 아비규환 상황이다”라며 정부가 오미크론을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 ”대선 전후 하루 최대 34만명 확진 예상”
23일 0시 기준 국내 확진자 수는 17만1452명으로 정부가 오미크론 정점이 2월 말 3월 초 사이 올 것이라고 예상한 수치를 넘어섰다. 앞서 질병청은 이달 말에서 3월 초 최소 14만명에서 27만명의 하루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기관 10곳 중 절반 정도가 정점 확진자 수를 14만~20만명, 나머지는 25만~27만명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하루 확진자가 17만명을 넘어선 이날 주요 감염병 전문가들은 대선 전후로 오미크론 확진자가 현재의 두 배 정도인 3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학과 교수는 “수리학적으로는 다음 달 중순이 피크(정점)다”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효과까지 더해지면 대선 전후 지금의 약 두 배(34만명)가 확진자 수로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60세 미만은 곧바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검사를 받지 못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다음 달 첫째주 3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현재 확산세로 보면 대선쯤에는 확진판정 받는 수만 25만~30만명이다”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해외 논문에서 확진자의 3~5배를 실제 감염자로 추정하는데 현재 17만명을 기준으로 이미 최소한 하루에 40만명 이상은 감염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도 말했다.
◇ 정부의 ‘풍토병 관리 기대감’에 현장은 “걱정”
정부는 오미크론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이달 초 코로나19를 확산세가 아닌 고위험군과 중환자 관리 중심으로 바꾸는 방역 의료체계를 발표했다. 하지만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워낙 강하다 보니, 위중증 환자 의료 역량에도 부담이 가고 있다.
전날(22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512명이지만, 이런 확산세가 계속되면 이르면 다음 달 초 25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정부가 확보한 병상이 2600개에 이른다고 하지만, 실제 가용 병상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며 “최대 가동율을 90%라고 봤을 때에도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기준으로 현재 방역 대책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정부는 백신 접종을 3차까지 마치고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의 치명률이 독감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밝히고,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통상 확진자 숫자가 중환자와 사망자 숫자로 이어지는 데는 약 2~4주 시간 간격을 두고 나타난다.
김우주 교수는 “지금도 하루 평균 70명 이상씩 사망하고, 병원 현장에서도 확진자가 나와 인력이 부족한 아비규환 상황이다”라며 “정부가 ‘풍토병 가는 초입문’ 운운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도 “감염병 확산세가 정점을 찍고 꺾이려면 국가 통제로 국민의 움직임을 줄이거나 경각심을 높여 국민 스스로 모임을 자제할 때 가능한 일인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세 ‘더블링(일정부문의 숫자가 두 배로 늘어나는 현상)’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풍토병’을 얘기하는 것은 전 국민을 끓는 물 속 개구리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의 치명률을 얕잡아 보고 안이하게 대응했다가는 코로나 중환자 대응 의료 역량은 물론 일반 국민에 대한 의료 체계가 무너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지금은 오미크론의 위험도를 계속 확인하면서 풍토병적인 관리체계로 전환하기 시작한 초입 단계”라며 오미크론 변이를 ‘독감’처럼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고했다. 오미크론의 치명률(0.18%)과 중증화율(0.38%)이 델타 변이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백신 접종을 3차까지 완료한 50대 이하에서는 치명률이 0%에 가깝다는 점을 근거로 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