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5만 명을 넘어서면서 자가검사키트 대란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온라인 판매 금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국·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유지하되, 한번에 ‘사재기’가 가능한 온라인 유통 채널은 제한하는 식으로 자가검사키트의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약사회는 최근 국내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키트 제조업체 등과 회의를 열고 자가검사키트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온라인 판매는 금지하는 대신 약국과 편의점 등 오프라인에서는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업계는 이르면 오는 13일부터 자가진단키트 온라인 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반 홈쇼핑이나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도 자가검사키트를 살 수 없게 된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최근 온라인 채널에서 유통업체가 물량을 풀면 곧바로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약국과 편의점 등 오프라인 채널에서는 키트가 입고 되자마자 품절되고,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정가의 자가진단키트가 품절이 된 후 2~3배는 비싼 값에 팔린다.
일부 쇼핑몰에서는 8만원이 정가인 자가진단키트 20개들이 제품이, 20만원에 버젓이 팔리고 있다. 식약처는 과도하게 비싼 값에 키트를 판매하는 온라인 게시물에 대해선 삭제 조치를 하고 있지만, 모든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난 2020년 마스크 대란 때도 온라인 유통 채널을 활용한 중간 유통상의 매점매석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정부가 이달 들어 60세 이상, 밀접접촉자 등 고위험군을 제외한 일반인이 유전자증폭(PCR)검사를 받으려면 신속항원검사를 먼저 양성 확인을 받도록 하면서 자가검사키트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기업과 학교에서 출근 혹은 등교 전에 자가검사키트로 확진 여부를 확인할 것을 요구하면서 수요가 커졌다. 오미크론 확산세로 확진자 숫자가 급증하면서 국민적 불안감도 커졌다.
정부는 자가검사키트 대란 해결 방안으로 20개 또는 25개가 한 상자로 포장된 대용량 자가검사키트를 약국에서 나눠서 ‘소분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2개가 한 묶음으로 된 소용량 제품과 20개 혹은 25개가 한 상자에 담긴 대용량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자가검사키트는 마스크와 달리 의료기기이기 때문에 대용량 제품을 뜯어서 낱개로 파는 소분 판매는 금지돼 있다. 식약처는 소분 판매를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관리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분 판매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이런 정부 방침에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면 직접 약국을 찾아가 자가검사키트를 구입해야 하는데, 이는 확진자들의 대면 기회가 늘려 오미크론 확산을 부추길 우려가 있고, 추운 날씨에 키트를 구매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야 하는 소비자 불만을 초래할 수도 있다.
식약처는 “자가검사키트의 국내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현재 가능한 방안을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다”며 “공급 관련 새롭게 결정되는 사항이 있으면 공식적으로 국민에게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허가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는 SD바이오센서, 휴마시스, 래피젠, 젠바디, 수젠텍 등 총 5개 업체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