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7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이달 말 하루 확진자가 13만~17만명까지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5일 질병청이 예측했던 이달 말 7만9000∼12만2000명과 비교해서 늘어난 것이고, 김부겸 국무총리가 정점(피크)이라고 한 ‘3만명’과 비교하면 최대 5배 이상 폭등한 수치다.
◇ “이런 추세면 3월까지 확산세 이어질 수도”
질병청의 예측은 전문가 그룹을 통해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보다 3배 정도 전파력이 강하다는 가정에서 이동량 등 여러 변수를 넣어서 전망한 것인데, 김 총리는 당시 “10만∼20만 명은 아주 비관적인 사람이 (예측)하는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날 하루 확진자는 3만5286명 이미 3만명대를 돌파했다. 전체 확진자 숫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확진자 숫자가 한 주에 두 배씩 늘어나는 더블링 추세를 보면 당장 다음 주 10만명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스라엘과 싱가포르처럼 한국보다 훨씬 접종률도 높고, 방역 통제가 잘 되는 나라도 오미크론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며 “이렇게 전염력이 센 바이러스는 처음 본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코로나를 계절독감이라고 하니까 사람들은 독감이 일반감기 정도인 것으로 착각하지만, 2009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신종플루(독감)의 치명률은 0.4%(0.3~1.5%)에 이른다”며 “오미크론이 확산돼 계절코로나(코로나가 계절독감처럼 겨울철마다 오는 감염병)로 가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 예측이 크게 빗나가면서 방역 대응은 오미크론의 확산세를 뒤쫓아가는 모양새를 띄게 됐다.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 대응을 위한 방역 체계로 개편한 지 닷새 만인 이날 ‘60세 이상 연령층, 50대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중심의 방역 대책을 발표한 것도 오미크론 변이 확산 속도 예측에 실패한 데 따른 ‘급발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오미크론 방역 의료 체계 개편
이날 0시 기준 전국 재택치료환자는 14만6445명을 기록했다. 이는 정부가 감당 가능하다고 한 인원의 88%에 이른다. 재택치료 환자가 급증하면서 재택치료가 아닌 ‘재택방치’란 말이 나왔다. 대부분의 확진자는 확진 통보 후 재택치료에 들어갔지만, 치료키트는 물론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앱)을 깔라는 안내도 받지 못하고, 보건소 문의 전화도 어려웠다.
그러자 정부는 이날 재택치료 환자를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으로 나누고, 일반관리군에 대해선 1회 모니터링을 아예 중단하고 해열제,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을 담은 재택치료키트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60세 이하 일반관리군은 비대면 진료 앱 등을 통해 해열제 종합감기약 등을 스스로 구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정부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의료체계는 하루 확진자가 최대 13만~17만명씩 나오는 상황을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 정부는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을 0.4%로 보고 있다. 열흘 동안 하루에 10만명이 확진을 받으면 4000명의 중환자가 생긴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이런 추세로는 중환자 의료 체계도 (거리두기를 강화해서) 버틸 수 없기 때문에 절대적인 확진자 수를 낮추는 일이 시급하다”고 당부했지만 코로나 대유행 장기화로 고통을 겪는 일선 자영업자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결정은 쉽지 않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가 오히려 고위험환자군에 집중하는 재택요양 체제로 더 빨리 넘어갔어야 한다”며 “유전자증폭(PCR) 진단도 중증사망위험이 높은 고령층 등 고위험군에 집중하게 하고, 진단과 동시에 먹는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코로나는 사망자의 95%가 기저질환이 있지만,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5%는 기저질환 없이도 사망한다는 뜻”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민간 병원은 물론 가정에서도 오미크론 대확산에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김인중 재미 수의병리학 박사는 페이스북에 “(정부는) 의료기간이 주야간 원격진료가 가능하게 하고 필요하면 왕진이나 주차장에서의 드라이브스루 진료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했고, “일반 시민들이 가정상비약과 함께 ‘체온계와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구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