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그룹 계열사인 차바이오F&C의 화장품 브랜드 ‘에버셀(Evercell)’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에 1년 넘게 브랜드관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8월 브랜드관을 오픈한 차바이오F&C는 대표 상품인 주름미백개선 크림 ‘딥링클 솔루션’ 등 5개 품목을 시작으로 올해 자외선차단제 등으로 품목을 확대했다. 아마존 브랜드관은 ‘오픈마켓’과 비교해서 소비자의 신뢰도가 높고 홍보 효과도 크다고 한다.
‘부채꼴’로 잘 알려진 동화약품은 지난 10월 기능성 화장품 ‘후시드 크림’을 출시했다.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인 상처 치료제 후시딘의 핵심 성분인 ‘후시덤’을 적용한 이 화장품은 피부 재생 및 진정 작용을 강조한다. 올해 11월 GS홈쇼핑에서 첫선을 보인 이 크림은 이달 초 5회 방송까지 연속 완판 행진을 이어가며 총 15만개가 팔렸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화장품에 의약품을 더한 고기능성 화장품 ‘더마 코스메틱’ 제품을 출시하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동화약품과 차바이오F&C 등 국내 주요 제약 바이오 기업이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에 활용된 ‘원료’의 강점을 활용한 더마 코스메틱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출시한 더마 코스메틱 가운데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꼽는 것은 동국제약의 ‘마데카 크림(센텔리안24)’이다. 지난 2015년 4월 출시한 이 제품은 상처 치료연고 ‘마데카솔’의 주원료인 센텔라아시아티카정량추출물(TECA)을 첨가한 제품이다.
센텔리안24는 단일 품목으로 폭발적인 매출을 올리면서, 지난 9월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은 2700만개, 누적 매출액은 2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동국제약 전체 매출의 약 4분의 1(22.7%)가량을 차지한다.
마데카솔의 경쟁 제품 후시딘을 보유한 동화약품은 지난 10월 이를 활용한 ‘후시드크림’은 출시했다. 이 제품은 ‘새 살이 돋아난다’는 로고로 잘 알려진 후시딘의 핵심 성분인 후시덤 함량 38.9%로 이목을 끌었다. 이 제품은 지난 11월 GS홈쇼핑 첫 출시 행사에서 1초당 8.2개꼴로 팔리며 목표 판매 수량보다 263%나 더 팔렸다.
차바이오F&C는 기존 화장품 브랜드 ‘에버셀(Evercell)’에 이어 지난 8월에는 화상 치료제에 쓰이는 ‘소나무 시카 성분’을 활용한 화장품 브랜드 ‘차바이오:랩(CHABIO:LAB)’을 선보였다. ‘시카’는 피부 재생을 뜻하는 단어로, 로드샵 화장품 시장에서는 병풀추출물을 바탕으로 한 시카 제품이 주력을 이뤘다.
차바이오F&C는 병출이 아닌 소나무에서 추출한 시카(베타-시토스테롤) 원료 성분을 강점으로 내세워 차바이오랩으로 시카 화장품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소나무에서 유래한 시카 성분은 피부 장벽 유지에 효과적이고, 일반 진료에서도 사용되는 성분이라고 한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칸타(Kantar)의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2020년) 국내 더마 코스메틱 시장은 구매액 기준 2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체 화장품 시장 성장률은 -3%로 역성장했다. 같은 리포트에서 올해 국내 더마 코스메틱 시장 규모는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본업인 ‘신약’ 개발과 비교해 비용 대비 효율도 높다. 코로나19로 온라인 비대면 유통이 확대되면서, 기존의 화장품 회사들이 갖고 있던 유통 채널의 개념도 흐려졌다. 한국콜마 등 국내 화장품 위탁생산(CMO)이 보편화되면서, 공장 없이 생산이 가능해 진입장벽도 낮다. 여기에 업력이 수십년에 이르는 제약⋅바이오 기업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서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동아제약은 지난 2019년 화장품 브랜드 ‘파티온’을 론칭한 데 이어 지난해 피부 흉터 연고인 노스카나겔의 성분을 활용한 ‘노스캄 리페어 겔 크림’을 출시했다. 올해는 피부 유래 마이크로 바이옴 성분을 함유한 진정 라인 ‘아쿠아 바이옴’을 선보였다. 동아제약은 이 제품들의 해외 수출도 준비 중이다.
종근당이 식품사업부문을 분할해 설립한 종근당건강은 간판 유산균 제품인 ‘락토핏’을 활용한 화장품 ‘닥터락토’를 지난 2020년 출시했다. 락토핏에 들어가는 프로바이오틱스 등 유익한 유산균을 피부 건강에 접목한 제품이다.
종근당건강은 올해 2월 저분자 콜라겐을 활용한 화장품 브랜드 ‘CKD(종근당 이니셜)’를 출범했다. 종근당건강이 자체 개발한 ‘플렉시블 리포솜’ 기술을 주름 개선 크림 등에 적용했다.
제약사들의 시장 진출에 기존 화장품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더마 코스메틱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코스알엑스의 지분 38.4%를 인수하고, 회사 내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인 에스트라를 흡수합병했다. 사내에 CNP 차앤박화장품을 보유한 LG생활건강은 유럽의 기능성 보습제 브랜드인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 사업권을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