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이후 20년 만에 폐암이 위암을 제치고 국내에서 사실상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 됐다. 한해 새로 발생한 암 환자 수도 25만 명을 넘어섰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를 29일 발표했다. 1년 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갑상선암과 폐암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갑상선암은 지난 2015~2016년 3위에서, 2017년 4위로 내려갔다가 2018년 2위, 2019년 1위로 다시 올라섰다.
다만 갑상선암은 5년 생존율(암을 진단받은 후 5년 이내 생존한 환자 비율)이 100%에 이르기 때문에 국립암센터 등에서는 암을 집계할 때 갑상선암을 빼고 통계를 내기도 한다.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폐암 환자 수가 가장 많았다. 2019년 신규 폐암 환자 수는 2만 9960명으로 전년 대비 1069명(3.7%) 늘었다. 2018년 1위였던 위암 환자 숫자는 3위(2만9493명)로 내려왔다. 폐암 환자 수는 늘고, 위암 환자 수는 줄어들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위암 환자는 줄어든 것은 조기 검진 덕분에 초기에 환자를 많이 찾아냈고,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국립암센터의 설명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폐암의 원인은 90%가 흡연”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위축된 금연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통계청에 따르면 같은 기간 19세 이상 성인 흡연률은 21.1%에서 20.2%로 소폭 줄었다.
성별로 구분하면, 남자는 폐-위-대장-전립선-간-갑상선 순으로 암이 발생했고, 여자는 유방암- 갑상선-대장-위-폐-간-췌장 순이었다.
남녀를 비교하면 여성 암 환자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해 여성 10만 명당 발생하는 암 환자 수는 2015년 270.8명에서 2019년 297.4명으로 늘어났다. 남성의 경우 이 기간 동안 306명에서 308.1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암 종류 별로 여성 폐암 환자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다른 암들과 달리 여성의 폐암의 발생률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큰 변화가 없다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3.2%씩 늘고 있다. 같은 기간 19세 이상 여성의 흡연율은 6.5%에서 5.9%로 줄었다.
정부는 또 한국인이 기대수명(83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이 기간동안 암이 발병할 확률은 37.9%로 예측했다. 국민 10명 중 4명(37.9%)은 평생에 한 번은 암에 걸리게 될 것이란 뜻이다. 남성은(기대 수명 80세) 39.9%가 암이 발병할 것으로 봤고, 여성(기대 수명 87세)은 35.8%로 예측했다.
다만 암에 걸리더라도 5년 이상 생존하는 사람의 비율은 계속 상승했다. 통계에 따르면 2015~2019년 사이 진단받은 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70.7%였다. 약 10년 전(2006~2010년) 65.5%에 비해 5.2%포인트 높아졌다. 5년 상대 생존율은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암 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 지를 계산한 지표다.
암 종류 별로 갑상선암(100.0%), 전립선암(94.4%), 유방암(93.6%)은 100%에 가까운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반면 간암(37.7%), 폐암(34.7%), 담낭 및 기타담도암(28.5%), 췌장암(13.9%)은 낮은 생존율을 보였다.
보건당국은 국가 암 검진 사업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 암 환자의 생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상균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검진 참여가 어려웠던 점을 감안해 올해 국가건강검진 기간을 2022년 6월까지로 연장했다”고 말했다.
2019년 국내 신규 암 환자는 총 25만4718명으로 관련 통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았고, 2019년을 기준으로 최근 20년 사이 암에 걸려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사람은 약 215만 명으로 집계됐다. 보건당국은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데 따라 암 환자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암발생률은 인구 10만명 당 275.4명으로 OECD평균(301.1명)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국가 별로는 미국(352.2), 프랑스(344.1), 캐나다(334.0), 이탈리아(290.6)보다는 낮지만, 일본(248.0)에 비해서는 높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