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을 찾는다. 중국이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미·러 정상을 잇달아 초청하며 분열하는 국제 질서 속 핵심 중재자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타스통신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푸틴 대통령은 오는 20일 하루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방중 준비가 마무리됐다"며 방문 임박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일정은 양국 간 통상적 교류 차원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환영 행사나 열병식은 생략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앞서 트럼프 대통령 방문을 준비하고 행사를 치르는 데 전력을 쏟은 만큼 곧바로 같은 수준 의전을 제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협상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한 달 내 다자회의가 아닌 양자 회담 형태로 미·러 정상을 연이어 맞이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푸틴 방문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 긴장 속에서 미중 정상회담 직후 이뤄진다. 중국이 기존 체제에 맞서 신흥 강대국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윌리엄 클라인 미 국무부 전 중국담당 국장 대행은 미국 ABC 인터뷰에서 "미중 간 불신과 경쟁은 과거보다 깊어졌고, 중국은 이전보다 더 많은 지렛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오는 23일부터는 미국과 이란 사이 종전 협상 중재국인 파키스탄 셰바즈 샤리프 총리도 사흘 일정으로 중국을 찾는다. 표면적 의제는 디지털과 에너지 분야 경제 협력이다. 동시에 갈수록 길어지는 중동 불안 사태 역시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주융뱌오 란저우대 아프가니스탄연구센터 소장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국과 협력을 모색하는 유도하고 있다"며 "중국의 발전 가능성과 강대국으로서 역할을 이들이 인식한 결과"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귀국 전 중국 일정을 마무리하며 중동 문제에 대한 미중 공감대를 강조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는) 이란 문제에 대해 매우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 상황이 끝나길 원하고, 그들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해협이 개방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중 두 나라가 중동 정세 관리에 뜻을 모았어도 이것이 대러 압박 공동 전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제정치 전문매체 더 디플로맷은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 시절 미중 정상이 관계 개선으로 소련을 고립시켰던 사례와 대조하며 "이번 미중 회담이 러시아 압박으로 직결될 가능성은 작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