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13일(현지 시각) 미 연방 상원을 통과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 상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워시 후보자 인준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54표, 반대 45표로 가결했다. 전날 상원이 워시 후보자의 연준 이사 인준안까지 통과시킨 만큼, 그는 오는 15일 제롬 파월 현 의장의 임기 종료 직후 곧바로 연준 이사 및 의장에 취임할 수 있게 됐다.
워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라는 점에서 지명 초기부터 트럼프의 '꼭두각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그러나 상원 청문회 과정에서는 독립적인 통화정책 운영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대통령이 특정 금리 결정에 대해 확답을 요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설령 그런 요청을 받았더라도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시는 고용보다 물가 안정에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3.8%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보다 오히려 긴축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트럼프 측근들 사이에서도 워시 취임 이후에도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의 책사'로 불리는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상원 표결 직전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4월 물가상승률 급등을 언급하며 "워시에게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의 보수 성향 논평가 에릭 볼링도 같은 팟캐스트에서 "연말까지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워시 체제의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오히려 소폭의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 역시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를 인용한 미 CNBC 보도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1%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CNBC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 가격을 제외하더라도 근원 인플레이션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일부 연준 위원들은 중동 정세와 관계없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에 금리가 충분히 높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 이사회의 구성 역시 금리 인하의 걸림돌로 꼽힌다. 현재 7명으로 구성된 연준 이사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는 곧 취임할 워시를 포함해 3명이다. 나머지 인사 가운데 3명은 민주당 정부에서 지명됐고, 마지막 1명은 금리 인하 문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온 파월 현 의장이다. 이 때문에 향후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사들 간 의견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워시 인준안 표결 결과에 대해 "워싱턴 정가를 규정하고 있는 당파적 분열이 이제 연준까지 확산됐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연준 의장은 전통적으로 초당적 지지를 받아왔으며, 파월 의장 역시 인준 당시 최소 80표 이상의 찬성을 얻었다. 반면 워시 후보자는 연준 의장직이 지난 1977년 상원 인준 대상이 된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 얻었다.
워시가 금리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연준에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금리 문제를 둘러싸고 파월 의장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왔으며, 올해 초에는 워시 후보자를 향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농담 섞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워시는 취임 직후 혹독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며 "고유가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동시에 경제 성장 둔화를 초래할 수 있는데, 이는 중앙은행이 동시에 대응하기 어려운 위험한 조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