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와 위고비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하는 미국인이 급증하면서 미국 외식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약물 복용 이후 식사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가 외식 횟수까지 감소하면서 한때 '많이 먹는 미국인'을 상징했던 대용량 외식 문화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GLP-1 약물 캠페인 광고에 출연한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의 모습. /로이터

WSJ에 따르면 최근 여러 연구에서 GLP-1 이용자들이 식당 방문 횟수를 줄이고, 외식을 하더라도 주문량을 크게 줄이는 경향이 확인됐다. 여론조사업체 갤럽 조사에서는 지난해 가을 기준 미국인의 12% 이상이 체중 감량 목적으로 GLP-1 약물을 사용중이라고 답했다. 이는 2024년 초(6%)보다 두 배 늘어난 수치다.

코넬대 연구에서도 GLP-1 사용자가 포함된 가구는 약물 복용 후 6개월 내 패스트푸드·커피숍·퀵서비스 레스토랑 지출을 평균 8%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건은 미국 내 GLP-1 사용자 수가 올해 약 1000만명에서 2030년 3000만명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위스콘신주의 간호사 케이 콜만은 WSJ 인터뷰에서 남편과 함께 올해 초부터 GLP-1 치료를 시작한 뒤 외식 횟수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텍사스 로드하우스에서 20온스(약 570g) 립아이 스테이크를 주문했지만 이제는 8온스(약 270g)만 먹는다고 했다. 남편 역시 과거 타코벨에서 소프트 타코 3개와 대형 탄산음료 등을 주문했지만, 최근에는 주문량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외식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러셀 와이너 도미노피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식단 자체가 변하고 있다"면서 "현실을 직시하고 적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최근 메뉴의 단백질 함량을 적극 홍보하기 시작했다. GLP-1 사용자들 사이에서 근손실 방지를 위해 단백질 섭취를 늘리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KFC 역시 '고단백 치킨'과 '스낵 사이즈 메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무제한 빵스틱으로 유명한 올리브가든은 올해부터 전국 매장에 '라이트 포션' 메뉴를 도입했다. 패스트 캐주얼 체인 파네라 브레드는 하프 샌드위치와 소용량 샐러드 판매를 확대했다. 고객 조사 결과 자사 고객의 17%가 GLP-1 약물을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WSJ은 업계에서 GLP-1 열풍이 단순한 다이어트 유행을 넘어 미국 소비 시장 전반을 바꾸는 변수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많이 먹는 즐거움'보다 '적게 먹고 건강하게 먹는 습관'이 새로운 소비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