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737 맥스(MAX) 항공기 대량 구매를 검토하면서 보잉이 다시 미·중 관계의 연결고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계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추진과 맞물리면서 양국 정상 외교의 주요 의제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8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서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의 보잉 737 맥스 8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연합뉴스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보잉의 737 맥스 약 500대 구매를 검토 중이다. 켈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대표단과 함께 중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보잉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오트버그 CEO는 이번 방문이 "보잉에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대형 계약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정확한 항공기 대수는 말할 수 없지만, 매우 큰 규모(big number)"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대중(對中) 무역 협상 성과를 과시할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보잉이 단순한 항공기 제조사를 넘어 양국 경제 관계를 상징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과거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직후 중국이 보잉 707 항공기 10대를 구매한 것이 양국 항공 협력의 시작이었다. 이후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항공시장으로 성장했다. 보잉 역시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항공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보잉은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밀려난 상태였다. 737 맥스 추락 사고 두 건 이후 중국은 가장 먼저 해당 기종 운항을 중단했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신규 주문도 급감했다. 생산 차질과 품질 논란까지 겹치며 보잉은 약 10년 동안 중국에서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번 계약은 중국 항공사들의 항공기 수급난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항공사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국제선 회복과 여행 수요 증가로 신규 항공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생산 지연으로 항공기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경쟁사 에어버스 역시 주문 물량이 2030년대까지 밀려 있는 만큼, 중국 입장에서는 보잉 구매 재개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계약 논의가 글로벌 항공기 개발 경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보잉은 기존 737 맥스를 대체할 차세대 항공기 개발 전략을 검토 중이며, 이르면 내년부터 핵심 기술 선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에어버스 역시 A320네오 후속 기종 개발을 추진 중이어서 양사 간 차세대 항공기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잉이 검토 중인 새 항공기는 기존 737보다 크고, 과거 단종된 757에 가까운 크기일 것으로 알려졌다. 동체는 현재와 같은 원통형 구조와 터보팬 엔진을 유지하지만, 날개는 현존 상업용 항공기보다 훨씬 길고 얇은 형태가 될 전망이다. 특히 777X처럼 날개 끝이 접히는 구조가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