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일주일 앞두고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무력 대치에 들어간 가운데,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중국을 찾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났다. 지난달 2일 미국·이란 휴전 합의 때와 같이 중국이 중재자로서 역할을 자임하며 존재감을 부각할지 주목된다.

아바스 아라그치(왼쪽) 이란 외무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이 6일 오전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6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각) 베이징에서 회담을 가졌다. 왕 부장과 아라그치 장관은 2월 말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세 차례 이상 전화 통화했는데, 아라그치 장관이 중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화통신은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방문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회담에선 휴전 유지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알자지라는 "아라그치 장관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이란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명확히 알고자 한다. 특히 중국이 미국과 합의 과정에서 이란에게 불리한 양보를 하지 않을지 확답을 얻으려는 것"이라며 "중국은 그 대가로 이란이 미·중 정상회담까지 어떠한 긴장 고조나 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약을 원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2일 휴전에 합의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무력 충돌을 벌였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원유 수출이 이뤄지던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해 미사일과 드론 등을 발사했고, 미군은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 작전을 시작했다. 개시 직후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이던 한국 선박이 피해를 입어 충돌 우려가 고조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만에 이란과 합의에 진전을 이뤘다며 작전 중단을 지시했다.

◇ 트럼프 방중 D-8… 美, 中에 이란 문제 해결 압박

이런 가운데 미국은 중국을 다각도로 압박하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은 중동 국가의 주요 무역 파트너이자 투자자로, 중동 지역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이란산 원유 대부분을 수입하는 등 중국이 이란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란의 책임을 일정 부분 나눠 져야 한다고 미국 측은 요구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은 테러를 지원하는 최대 국가이고 중국은 이란 에너지의 90%를 구매해 왔으므로 사실상 테러를 지원하는 최대 국가에 자금을 대주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하면서 "중국이 우리와 함께 이 국제적인 작전을 지원하는 데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중국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이란이 해협을 개방하도록 할지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과 관련한 대중(對中) 제재도 강화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말, 이란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의 정유 대기업 헝리그룹 제재를 시작했고, 미국의 제재를 피해 이란산 석유를 운반하는 해운사도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이란 환전소 3곳과 이들의 위장 기업도 제재한다. 미국 재무부는 이들이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외환 거래를 중개하며 이란의 제재 회피를 도왔다고 봤다.

중국에 대한 이러한 공개적인 압박은 다음 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역할에 대한 요구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5일 백악관 인터뷰에서 "이란 문제는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중국은 우리에게 도전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책임 있는 '대국'의 이미지를 강화해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더 공고히 하려는 의도다. 지난달 휴전 합의 당시에도 중국은 중재자로서의 성과를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평화와 안정 회복'을 강조하면서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은 줄곧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균형 잡힌 입장을 유지하고 평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왔다. 왕이 외교부장은 이란, 이스라엘, 러시아 등과 총 26차례 통화했고 특사를 파견해 전쟁을 중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