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주요 브랜드 매각을 검토하며 사업 재편에 나섰다. 지난 40년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워온 LVMH가 이례적으로 '축소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명품 시장 둔화가 장기화되자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이익원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LVMH는 패션 브랜드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와 가수 리한나가 참여한 펜티 뷰티(Fenty Beauty) 지분, 미국 와이너리 조셉 펠프스(Joseph Phelps) 등을 매각 대상으로 검토 중이다. 주류 부문에서도 럼주 브랜드 에미넨테 등 일부 사업 정리가 거론된다.
이번 움직임은 최근 이어진 구조조정의 연장선이다. LVMH는 오프화이트, DFS 중국 사업, 스텔라 매카트니 지분 등을 잇달아 처분하며 비핵심 자산 정리에 속도를 내왔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이 이처럼 칼을 빼든 배경에는 명품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보복 소비로 시장을 떠받쳤던 '입문형 명품 소비자'들이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지갑을 닫으면서 수요가 빠르게 식고 있기 때문이다. 루이비통·디올 등 핵심 브랜드마저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이다.
그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내온 주류 사업부 모헤네시 역시 최근 부진한 실적을 보이며 부담 요인으로 떠올랐다. 시장조사기관 베른스타인의 루카 솔카 애널리스트는 "LVMH는 수익성을 깎아먹는 브랜드를 냉정하게 가려내는 단계"라며 "루이비통과 디올 같은 메가 브랜드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아르노 일가 내부 이견도 감지된다. 적자를 기록 중인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 매각을 두고 차남 프레데리크와 삼남 알렉상드르는 찬성하는 반면, 장녀 델핀과 장남 앙투안은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VMH가 재무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약 110억 유로(약 19조원)의 잉여현금을 확보하는 등 여전히 막강한 현금 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시장의 판도가 바뀐 만큼 덩치를 키우는 것보다는 내실을 기하겠다는 의지다. 그 와중에도 이탈리아 명품 아르마니 인수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선별적 투자는 이어갈 방침이다. 아르노 회장은 최근 자사주를 대거 매입하며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을 믿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