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로 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대표적인 저비용항공사(LCC)는 최근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을 선언했고, 대형 항공사들도 줄줄이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3일(현지 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LCC인 스피릿 항공은 전날 성명을 통해 전격 폐업을 선언하고 모든 항공편을 취소했다. 스피릿 항공은 "고객 서비스도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다"며 "2026년 5월 2일부로 운항을 중단하게 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스피릿 항공은 미국 주요 항공사 가운데 25년 만에 처음으로 문을 닫는 사례가 됐다.
1992년 출범한 스피릿 항공은 2006년 사모펀드 인디고파트너스가 지분을 인수한 뒤, 비용을 극단적으로 낮추고 초저가 항공권을 판매하는 사업 모델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대형 항공사들이 가격 경쟁에 뛰어들고 코로나19 이후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지난 2월에는 채권단과 사업 지속에 합의하며 파산 위기를 넘겼지만, 곧바로 이란 전쟁이 발발하면서 항공유 급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유는 항공사 운영비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피릿 항공은 당초 구조조정 계획에서 2026년 항공유 가격을 갤런당 약 2.24달러, 2027년에는 2.14달러로 예상했지만, 4월 말 항공유 가격은 약 4.51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추가 자금 조달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로이터는 "이번 파산은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이 재정적으로 취약한 항공사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지 보여준다"고 전했다.
CNN 방송은 "항공사에게 항공유는 인건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용"이라며 "대형 항공사들은 일부 수수료와 운임을 인상하고 항공편을 줄이는 방식으로 그 영향을 완화해 왔지만, 스피릿과 같은 소형 항공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설정한 초저가 운임을 인상할 경우 사업에 타격을 입는다"고 전했다.
실제 항공유 급등은 다른 LCC들의 수익성도 압박하고 있다. 젯블루는 연료비, 공항 착륙료, 정비 비용 등을 충당하지 못할 항공편을 가려내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또한 최근 최대 22대 항공기를 담보로 5억 달러(약 7400억원) 규모의 부채 조달 약정을 확보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젯블루의 파산 가능성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조안나 게라티 젯블루 최고경영자는 최근 사내 메모에서 "연료 가격과 관련해 연초 예상보다 훨씬 어려운 환경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파산 가능성은 일축했다. 회사는 연간 실적 전망 발표를 잠정 중단하고, 2분기 가동률을 1%포인트 추가 감축하는 등 연료 효율화와 비용 절감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다른 대형 항공사들도 고유가로 인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메리칸 항공은 지난 4월 연료비가 4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보고 2026년 적자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 수정된 재무 전망에서 조정 기준으로 주당 최대 0.40달러의 손실을 기록하거나, 반대로 주당 최대 1.10달러의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주당 최대 2.70달러의 조정 순이익을 예상했던 것과 대비된다.
최근 운항 규모를 줄이고 있는 유나이티드 항공은 연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알래스카 항공은 전망 발표를 중단했다. 델타 항공과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유가 변동성이 완화될 경우 전망치를 재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에어프랑스, 캐세이퍼시픽, 루프트한자 등 글로벌 항공사들이 연료비 절감을 위해 노선을 축소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 세계 항공사들이 급등한 유류비에 대응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며, 그 결과 올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비용 증가를 감당하기 위해 운임 인상과 노선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