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촉발된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수백만 명의 이란인이 일자리를 잃고 빈곤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 주도의 서방 제재로 장기간 경제난을 겪어온 이란 경제는 전쟁까지 겹치면서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골람호세인 모함마디 이란 노동부 차관은 이번 전쟁으로 2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지난주 밝혔다. 이란 경제 전문 매체 에코이란(EcoIran)은 수천 차례에 이르는 공습으로 2만3000개 이상의 공장과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는데, 이에 따라 실업난도 더욱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 시각) 미 CNN은 "모든 산업 분야에서 해고가 일어나고 있다"며 "정유·섬유 노동자, 트럭 운전사, 승무원, 언론인 등 거의 모든 직종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영국 BBC도 "이란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갈등의 직간접적 여파로 대규모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며 "특히 전쟁 발발 이후 시행된 인터넷 차단 조치는 비교적 성장세를 보이던 기술·디지털 산업에도 타격을 줬다"고 전했다.
실제 이란 기업들은 최근 잇따라 대규모 해고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이스라엘의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 공습으로 수천 명의 노동자가 무급 휴가에 들어갔고, 아제르바이잔 국경 인근에 본사를 둔 트레일러 제조업체 마랄 사나트(Maral Sanat)는 철강 부족으로 1500명을 감원했다. 또 이란의 주요 섬유업체 보루제르드(Borujerd)는 7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 거주하는 30대 프리랜서 디자이너 아살은 두 달간 인터넷이 끊기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도 없고, 연락에 대한 답장도 받지 못했다"며 이제는 기본적인 생활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CNN에 말했다.
이란 경제는 전쟁 발발 이전부터 이미 취약한 상태였다. 서방의 제재와 부패, 인플레이션 여파로 1인당 국민소득은 2012년 약 8000달러(약 1182만원)에서 2024년 5000달러(약 739만원)로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쟁으로 각종 민간 시설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경제 전망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최근엔 이란 내 빈곤층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이번 전쟁으로 최대 410만 명이 추가로 빈곤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 연구소의 하디 카할 자데는 해상 운송 차질과 이에 따른 수입 감소가 이미 취약한 이란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이란 일자리의 50%를 위협하고 인구의 5%를 추가로 빈곤으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했다.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국가 경제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14만7000명이 실업보험을 신청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배 증가한 수준이다. CNN은 "실업률 증가는 국가 수입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이미 부담이 큰 사회보장 시스템에 더 큰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