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행진했던 구리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2개월 만에 20%가량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칠레의 구리 제련소. /로이터

2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가격은 톤(t)당 8963달러 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월 중순에 비해 20%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당시 구리 가격은 공급 차질과 전 세계적인 친환경 에너지 전환 추진으로 인한 수요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6가지 주요 비철금속 가격을 추종하는 LMEX 금속 지수도 4월 이후 최저치로 하락하면서 과매도 영역에 진입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홍콩에 본사가 있는 원자재·금융 선물 중개업체 진루이 퓨처스의 애널리스트 공밍은 “글로벌 성장에 대한 우려가 구리 가격을 밀어 내렸다”라며 “다만 중국 내 감산 가능성에 따른 공급 부문 리스크를 고려할 때 8900달러에서 가격이 유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초부터 지난 5월까지 글로벌 구리 가격은 연일 상승세였다. 구리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수혜 원자재로 꼽힌 데다가 구리가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에도 쓰인다는 점 때문에 구리에 대한 수요가 몰렸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총격을 당한 이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녹색 사기’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구리 가격 하락세를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중국의 전력망 공기업이 구리 전선 대신 알루미늄 전선을 깔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구리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