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단순히 상품을 추천하는 보조자 역할을 하던 시대는 끝났다.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하고 실행하는 자율적 소프트웨어 시스템인 'AI 에이전트'가 글로벌 전자상거래(이커머스)의 중심이 될 것이다."
페트라 쉰들러-카터(Petra Schindler- Carter) 아마존웹서비스(AWS) 리테일·레스토랑 및 소비재 부문 총괄은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최근 이커머스 시장에 불고 있는 에이전틱 커머스 열풍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소비자가 쇼핑 앱에서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고 선택하는' 시대는 저물고, AI가 구매 여정 전반을 알아서 주도하는 새로운 커머스 생태계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마존도 이미 AI 기반의 쇼핑 어시스턴트 '루퍼스(Rufus)'를 통해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루퍼스 도입 이후 월간 사용자 수는 140% 폭증했고, 이를 사용한 고객의 구매 전환율은 일반 고객보다 60%나 높았다. 쉰들러-카터 총괄은 "에이전틱 커머스는 전체 구매 퍼널(funnel·많은 잠재 고객을 유입시켜 점차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과정)을 압축하고 자동화한다"며 "AI가 수요 패턴을 예측하고 재고를 최적화하며 결제까지 수행하는 '예측 기반 데이터 중심 커머스'로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전틱 커머스가 가져올 변화는.
"AI가 의사 결정을 보조하는 역할에서 직접 구매를 실행하는 역할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상품 탐색부터 가격 비교, 결제 실행에 이르는 전 과정을 소비자의 최소한 개입만으로 수행한다. 시장 규모는 상당하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해당 시장이 3조~5조달러(약 4415조~735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AI가 구매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게 됐나.
"지난해 전 세계 AI 에이전트 활동은 3710% 증가했다. 연말 쇼핑 시즌 AI 어시스턴트가 구매 여정 약 40%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마케팅 리더 93% 이상이 검색 전략을 적극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 41%가 유료 검색보다 AI 검색 결과를 더 신뢰한다는 결과에 따른 변화다."
검색엔진 최적화(SEO)와 고객 획득 비용(CAC)에 돈을 써온 기업에는 어떤 투자가 필요한가.
"최근 SEO 대신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답변 엔진 최적화(AEO)다. 거대 언어 모델(LLM)은 다양한 자료로 학습하는데, 레딧 40%, 위키피디아 26%, 유튜브 24%를 차지한다. 문제는 많은 리테일 기업이 AI 봇을 차단하는 바람에, AI 검색에서 자사 브랜드가 완전히 누락되고 있다는 점이다. AWS는 봇 트래픽을 전략적으로 관리한다. 또 AI 검색 노출 확보에 집중한다. 리바이스는 AI 검색 최적화 서비스인 보티파이(Botify)를 활용해 90일 만에 글로벌 매출을 16% 늘렸다. AEO로 전환은 기회이자, 리스크가 되기도 한다. 제품 데이터를 AI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구조화하고 개방형 커머스 프로토콜을 통해 정보를 능동적으로 제공하는 리테일 기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구조적 비용 우위를 확보할 것이다."
CJ온스타일을 비롯해 다양한 회사와 에이전트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은 방송 중 분당 평균 50~100개의 고객 댓글을 처리하는데, 이 중 약 23%가 상품 관련 질문이다. 제한된 인력으로 방대한 질문에 정확하고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것이 숙제였다. AWS 생성 AI 이노베이션센터와 CJ 측이 협력해 실시간 고객 응대 AI 에이전트 아이온(AiON)을 개발했다. 평균 20초 이내에 응답을 제공했고, 응답 정확도를 세 배 향상했으며, 만족도 85.7%를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도 다국어 고객 리뷰 분석 대시보드를 구축하고, 소형 언어 모델(SLM)로 정확도를 20% 이상 향상했다."
많은 상거래 플랫폼이 분야별로 특화한 에이전트를 도입하고 있다.
"모든 고객 문의를 단일한 거대 모델이나 광범위한 프롬프트로 처리할 경우, 요청마다 고려해야 하는 지식 범위가 넓어진다. 연산의 복잡도가 심화하고, 응답 속도는 느려지며 추론에 드는 비용은 늘어난다.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은 전문 영역을 담당하는 에이전트에 작업을 나눠줌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한다. 가령 CJ온스타일의 아이온만 해도 상품 상세 정보, 주문 및 결제, 배송, 방송 이벤트, 구매 확인을 각각 담당하는 다섯 개의 에이전트로 구성된다. 이런 방식은 단일 모델이 서로 다른 주제를 동시에 처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할루시네이션(환각)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아마존 베드록 등을 이용해 상거래 기업이 쉽게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시대가 됐다.
"제품 데이터를 처리할 때 얻는 운영 효율성 제고가 뚜렷이 나타난다. 비용 절감과 매출 증대 효과가 그것이다. GS샵은 700만 개 이상의 패션 상품 속성을 분류해야 했고, 매일 7만 개 이상 상품이 늘어나는 상황이었다.이를 수작업으로 처리하려면 수억원의 인건비가 들지만, 아마존 베드록 기반의 클로드를 활용했더니 상품 1개당 처리 비용이 1.2원으로 줄었다. 상품 700만 개 기준 약 840만원밖에 들지 않았다. GS리테일의 경우, 1만여 종이 넘는 주류 제품 중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AI 기반 와인 인식 서비스를 두 달 만에 구축했다. 3개월 만에 월간 사용자 수가 380만 명에서 429만 명으로 늘어나는 등 성장을 뒷받침하는 주요 동력이 됐다."
AWS는 모델 콘텍스트 프로토콜(MCP·Model Context Protocol)이라는 공통의 언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체계적인 데이터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는 브랜드와 기업은 앞으로 AI 기반 쇼핑 환경에서 배제될 수 있다. AI 에이전트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리테일 기업이 MCP를 도입하면 상품 카탈로그, 가격, 재고, 풀필먼트(fulfillment·통합 물류) 정보를 AI 에이전트에 제공한다. AI 에이전트는 MCP를 통해 결제 네트워크에 안전하게 접근하고 엔드투엔드(E2E·종단 간) 거래를 처리한다."
에이전틱 커머스 전환 과정에서 주목할 부분은.
"아마존의 루퍼스, CJ온스타일의 아이온 등 성공적인 구현 사례는 모두 구체적인 비즈니스 요구에서 출발해, 깊은 도메인 전문성을 바탕으로 AI 솔루션을 설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데이터에 대한 철저한 준비도 중요하다. 데이터 소스가 흩어져 있거나, 일관성이 떨어지는 것은 걸림돌이 된다. 럭셔리 브랜드인 코치와 케이트 스페이드의 모회사인 태피스트리(Tapestry)도 AWS 서비스를 활용해 지역별 고객 선호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재고 관리가 크게 개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