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반도체 웨이퍼 제조업체 SK실트론 인수를 사실상 확정했다. 전통적인 중공업·에너지 중심 사업 구조에서 반도체 소재와 후공정 분야로 사업 축을 넓혀온 두산의 체질 개선이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두산은 이번 주 SK실트론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대상은 SK그룹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51%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지분 19.6% 등 총 70.6%다. 인수 규모는 약 5조원으로 전망된다. 두산은 지난해 말 SK실트론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5개월여간 협상을 이어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보유한 나머지 지분 29.4%도 인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은 SK그룹 보유 지분과 TRS 지분에 대한 계약을 먼저 체결한 뒤, 최 회장 개인 지분도 별도 절차를 거쳐 연내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두산은 SK실트론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12인치 웨이퍼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SK㈜는 2017년 LG그룹 계열 LG실트론 지분 51%와 재무적 투자자 지분 19.6% 등 총 70.6%를 약 79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최 회장은 나머지 지분 29.4%를 개인 자격으로 사들였다.
SK그룹이 SK실트론 매각에 나선 것은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 과정에서 재무 안정성을 높이고 투자 재원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SK㈜는 리밸런싱 작업의 일환으로 일부 자산을 정리하고, 인공지능(AI)·반도체 등 핵심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재계에서는 SK실트론이 계열 밖으로 매각되면 SK하이닉스 중심이던 고객 기반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산은 이번 인수를 통해 반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게 된다. 두산은 2022년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업체인 두산테스나를 인수하며 반도체 시장에 진입했다. 여기에 전자BG의 동박적층판(CCL) 사업, 로봇·자동화 부문, SK실트론의 웨이퍼 사업이 더해지면 반도체 소재부터 후공정 테스트, 자동화 솔루션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갖추게 된다. 다만 5조원 규모의 대형 인수인 만큼 재무 부담 관리는 두산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