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용산에서 버스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경북 울진군 북면의 산등성이 곳곳에 고압 송전탑이 서 있었다. 북면 덕천리와 고목리 일대에 있는 한울 원자력 본부 내 원자력발전소 4곳에서 생산한 전력을 실어 나르는 송전탑이다.
이튿날인 15일 찾은 경북 안동시 임하면·임동면 사이에 있는 임하호 인근 산에도 송전탑이 우뚝서 있었다. 이 송전탑은 임하호 수면에 떠 있는 임하댐 수상태양광 패널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경북 일대로 옮기는 용도로 사용된다. 같은 날 찾은 경북 예천군 용문산 자락에 있는 예천양수발전소 인근에도 345킬로볼트(kV)급 송전탑이 눈에 띄었다.
한울 원자력 본부는 국내 유일의 원전 건설·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하는 발전소로 국내 총 전력의 약 10~11%를 담당한다. 한수원은 원전 운영사로 알려져 있는데, 태양광 발전을 포함,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도 생산한다. 한수원은 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임하댐에 수상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재생에너지를 만들고 있다.
한수원은 대규모 정전을 막을 수 있는 양수발전소도 운영 중이다. 양수발전소는 정지 상태에서 발전할 수 있는 상태로 전환하기까지 5분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전력 계통의 구조대'로 불린다.
양수발전은 국내 전력 공급이 많을 때는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퍼 올리는 양수를 하며 전력을 소비하고, 전력 공급이 부족할 때는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전력을 공급한다. 전기의 공급과 수요를 실시간으로 일치시켜 전력 계통 안정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예천양수발전소는 한수원이 운영하는 전국 7개 양수발전소 중 하나다.
◇ 한울 원자력 본부, 8기 가동에 2기 건설 중…향후 국내 전력 14~15% 담당
돔 형태의 신한울 1호기 높이는 76.66m로 아파트 27층 높이에 해당된다. 가동 중인 신한울 1호기에 들어서자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한울 1호기가 2024년 한 해 동안 생산한 전력은 약 8821GWh다. 2024년도 서울시 전력 소요량(5만352GWh)의 약 18%에 해당한다.
한울 원자력 본부에는 한울 1·2·3·4·5·6호기와 신한울 1·2호기까지 총 8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한울 1·2호기의 설비용량은 각각 950메가와트(MW), 한울 3·4·5·6호기의 설비용량은 각각 1000MW다. 각각 1400MW인 신한울 1·2호기까지 더하면 한울 원자력 본부의 설비용량은 8.7기가와트(GW)다.
원전은 국내 전체 전력 생산의 약 30~32%를 담당한다. 한울 원자력 본부에는 국내 가동 원전 26기 중 3분의 1 이상이 있는 만큼 전체 전력 생산량 중 약 33%를 차지한다. 한울 원자력 본부에서만 국내 전력량 생산의 약 10~11%를 담당하는 셈이다.
한울 원자력 본부는 신한울 1·2호기 옆 부지에 각각 1400MW급인 신한울 3·4호기도 건설 중이다. 신한울 3·4호기는 지난 2015년 건설 허가를 신청했으나, '탈원전 정책'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신규 원전 건설 계획 전면 백지화에 따라 종합 설계가 30%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그러다 정권이 바뀌면서 2023년 6월 건설이 재개됐다.
지난 4월 말 기준 신한울 3·4호기 종합 공정률은 29.8%다. 신한울 3호기는 원자로 격납 건물 철판을 얹는 공정이 진행 중이다. 이날 현장에는 약 6mm 두께의 강철판이 원자로 돔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신한울 44호기는 오는 27일 최초 콘크리트 타설을 앞두고 원자로 건물 기초 지반을 다지고 있다.
신한울 3호기는 2032년 10월, 신한울 4호기는 2033년 10월 준공 예정이다. 신한울 3·4호기까지 건설이 완료되면 한울 원자력 본부의 전체 설비 용량은 11.5GW로 확대, 총 10기의 원전을 돌리며 국내 전체 전력의 약 14~15%를 책임지게 된다.
◇ 수력 발전 송전망 공유에 산지 훼손도 없앤 임하댐 수상태양광
경북 안동에 있는 임하댐에서 차로 25여 분 올라가면 잔잔한 임하호 위에 거대한 무궁화가 보인다. 네모 반듯한 태양광 모듈로 만든 임하댐 수상태양광 시설이다. 태극기 1개 블록과 무궁화 15개 블록으로 구성된 임하댐 수상태양광 설비 용량은 총 472MW 규모다. 연간 61.67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약 2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면적은 축구장 약 74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52만1000㎡다. 하지만 수상태양광이라 산지나 농지를 훼손하지 않고도 설치할 수 있다. 임하댐은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다목적 댐으로 한수원은 임하댐 수상태양광 사업 지분 49%를 갖고 있다.
임하댐 수상태양광은 송전망을 증설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박종암 한수원 팀장은 "경북 지역의 전력망은 포화 상태라 산업통상부로부터 교차 발전 방식을 조건부로 승인받아 송전선로의 포화를 막았다"고 말했다.
임하댐 수상태양광은 기존 임하댐 수력발전소의 송전계통을 공유한다. 하나의 송전망으로 낮에는 태양광 전기를, 밤에는 수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실어 나르는 교차 발전 방식을 도입한 덕분이다.
한수원은 임하댐 외에도 경북 청송에서 총 5.2MW 설비용량의 청송양수 수상태양광 사업 두 개를 진행 중이다. 2023년에 시작한 경남 산청 산천양수 수상태양광 설비용량은 3MW다.
◇ '전력 계통 구조대' 양수발전소 7개 운영, 3개 더 건설 중
한수원은 예천을 비롯해 양양·청평·청송·무주·삼랑진·산청 등에 총 7개 양수발전소를 뒀다. 설비용량은 총 4700MW로 국내 전체 발전 설비용량의 약 4%를 차지한다.
양수발전소는 상·하부 두 개의 저수지가 쌍으로 이뤄진 발전소다. 상부에 있는 저수지에서 하부 저수지로 물을 떨어뜨리는 낙차를 이용해 전력을 만든다. 특이한 점은 하부 저수지의 물을 상부 저수지로 퍼 올려 인위적으로 전력을 소모한다는 점이다.
임석채 예천양수발전소 발전부장은 "양수발전소의 목적은 전력 계통의 안정"이라며 "전력 계통에 전력이 남아서 잉여 전력이 발생하면 양수발전소가 흡수하고 피크 부하가 발생했을 때는 전력을 만들어내는 형태"라고 말했다. 대규모 정전은 전력 공급이 많아도 전력 수요가 많아도 발생하기에 양수발전을 이용하는 것이다.
양수발전이 전력 안정화에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기동에 걸리는 시간이 여타 발전소에 비해 짧기 때문이다. 양수발전은 순간적으로 출력을 올리는데 5분이면 충분하다. 반면 원전은 40시간, 석탄화력발전은 14시간, 복합화력은 2시간이 걸린다.
최근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양수발전의 가치는 높아졌다. 날씨에 다른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안정적인 전력계통 유지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수발전의 이용률은 3~4년 전 기준으로 약 9%에 불과했으나, 최근 기준 14.7%로 상승했다.
한수원은 7개 양수발전소 외에 충북 영동, 강원도 홍천, 경기도 포천 등 3곳에 1.8GW 규모의 양수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영동은 2030년, 홍천은 2032년, 포천은 2033년 준공이 목표다.
한수원 관계자는 "양수발전은 상부 저수지에 물을 저장했다가 즉각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에 일종의 배터리라고 볼 수 있다"며 "여느 에너지저장장치(ESS)보다 규모가 큰 것은 물론 안정성도 뛰어나다. 특히 전력 수급 상황이 급변할 때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긴급 구조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