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차전지·태양광·반도체 등 국가 전략 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영업이익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투자 세액공제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직접 환급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행 세액공제는 흑자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기에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체는 혜택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비가 상당한 반도체와 태양광 산업도 세액공제를 받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내 생산촉진세제 토론회'에서 김우섭 LG에너지솔루션 전무는 "현재는 법인세를 내는 흑자 기업만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 대규모 초기 투자로 적자가 불가피한 배터리나 태양광 등 미래 산업은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 어렵다"며 "직접 환급이나 제3자 양도 허용을 통해 흑자 기업뿐만 아니라 적자 기업도 혜택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무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처럼 생산량과 생산 금액이 연동된 실효성 있는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며 "적자 기업 중에서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으로 범위를 한정하는 방식 등 정교한 설계를 통해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실질적인 지원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배터리 산업은 국가전략기술로 대기업 기준으로 시설 투자에 15%, 연구개발에 30% 안팎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하지만 세액공제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방식이라 영업이익이 없으면 혜택받을 수 없다. 국내 대형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지난해 4분기에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태양광 업계도 직접 환급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상곤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세계 주요국은 제조 기반 확보,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 재생에너지 기업에 강력한 직접 지원 정책을 시행 중"이라며 "현행 세액공제는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받을 수 있어 수익성 악화로 적자를 기록 중인 국내 태양광 제조기업에는 실질적인 지원 수단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직접 환급제 도입 검토 및 밸류 체인 전반에 걸친 지원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주요 국가가 직접 환급제를 도입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김빛마로 조세제정연구원 재정분석센터장은 "해외 주요국에서는 자국 핵심 산업의 보호 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시행 중"이라며 "미국은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통해 첨단 제조업 등에 세액공제 및 직접환급을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 또한 2024년 9월 '전략분야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도입해 반도체, 전기차, 그린스틸, 그린케미칼 등 산업에 대해 세액공제를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환급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나왔다. 한국회계학회장인 김기영 명지대 교수는 "국내생산촉진세제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직접환급제가 결합해야 한다"며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시 100% 환급, 이월공제 20년, 투자세액공제와 중복 지원 허용, 최저한세 도입 배제 등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의원 중 한 명인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직접 환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의원은 "미래 혁신 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동반되어야 하는 만큼 초기 상당 기간 적자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이익이 나는 시점이 아니라 실제 국내 생산과 공급망이 구축되고 고용이 창출되는 시점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형 생산촉진세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단기적으로 보면 국내 생산촉진세제와 직접환급제가 세수를 줄어들게 한다고 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산업을 지키고, 국내 생산 및 수출을 늘려 세원을 지키고 키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기존 투자세액공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보완하고 새롭게 도입될 국내생산촉진세제 또한 실효성 있는 제도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