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공군을 떠난 숙련 조종사가 9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보수가 높은 민간 항공사에 재취업해 처우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조종사 유출이 심화할수록 현역 조종사에게 임무가 가중돼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공군이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자진해서 전역을 택한 숙련 조종사는 총 896명으로 집계됐다. 숙련 조종사란 8∼17년차 조종사로, 독자적으로 작전을 운영하고 저등급 조종사 비행 훈련을 지도할 수 있는 핵심 인력이다.
전역한 숙련 조종사들을 유형별로 보면, 전투기 조종사가 730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송기 148명, 회전익 18명 등이었다. 공군 숙련 조종사 유출 인원은 매년 100명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다가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1년엔 7명까지 급감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조종사 47명이 공군을 떠났다.
이들이 향한 곳은 대한항공(003490) 622명(69.4%), 아시아나항공(020560) 147명(16.4%), 저비용항공사(LCC) 103명(11.5%) 등으로 집계됐다.
조종사가 유출되면 국가적 차원의 손해다. 숙련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는 1인당 10억원 이상의 재원이 투입된다. 숙련 조종사 양성에 투입되는 비용(비행교육·비행훈련)은 F-35A 전투기 61억7000만원, F-15K 전투기 26억7000만원, (K)F-16 전투기 18억4000만원, FA-50 경공격기 16억3000만원, C-130J 수송기 12억1000만원 등이다.
여기에 항공기 운영·유지비 등 전비태세 유지 비용까지 포함하면 조종사 양성 비용은 1인당 수백억원 규모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에 공군은 의무 복무 기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공군사관학교 출신 고정익(전투기·수송기) 조종사의 의무 복무 기간은 15년, 비공사 출신은 10년(2015년 이후 임관자부터 13년)이다. 군을 떠난 숙련 조종사들의 평균 복무 기간은 공사 출신, 비공사 출신 각각 15.2년, 10.6년으로 집계됐다. 의무 복무 기간을 채우자마자 군을 떠난 셈이다.
조종사 유출이 가속할 경우 남아 있는 현역 조종사들에게 임무가 가중돼 또 다른 조종사 유출을 불러올 수 있다. 공군이 지난해 조종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민간 항공사 조종사와의 보수 격차, 고난도·고위험 임무 및 비상 대기 지속에 따른 스트레스, 잦은 인사 이동에 따른 가족 문제 등이 유출 사유로 꼽혔다.
공군 관계자는 "현재 조종사 충원율은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대비 태세 유지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연장 복무 장려 수당을 인상하는 등 숙련급 조종사 유출 방지 대책을 재정립해 시행하고 있으며 조종사 복무·처우 개선을 위해 지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