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점 부산 이전을 놓고 갈등을 빚던 HMM(011200) 노사의 합의의 배경에는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는 직원들의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위원회 조정 신청, 대표이사 고소·고발 등으로 대응하며 총파업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노조가 조합원 투표를 통해 예고된 파업을 철회하고 합의에 나선 것이다.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HMM 본사 부산 이전 노사 합의 발표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 정성철 HMM 육상노조 지부장, 최원혁 HMM 대표이사 사장, 이재진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위원장, 김형준 한국해양진흥공사 본부장. /뉴스1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육상직노동조합(HMM노조)은 지난 24일 본점 부산 이전에 대한 조합원 설명회를 진행하고, 27일부터 이틀간 본점 부산 이전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에는 조합원 750여명 가운데 약 85%가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90%가량이 합의안에 동의했다.

HMM 노사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의 2차 조정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9일 뒤에는 정관상 본점 소재지를 부산으로 변경하는 안이 상정된 임시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표결 결과 합의안 수용이 부결됐다면, 조정 결렬과 총파업으로 넘어가는 수순이었다. 설명회에서도 이러한 점이 강조됐다.

HMM노조 조합원들은 지난 2일 진행한 본사 이전 반대를 위한 조합원 총회·총력 투쟁 결의대회에 전체 조합원의 80%가량인 600여명이 참석하는 등 본사 이전에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파업이 시작될 경우 선적·수출은 물론 선박 입·출항도 진행할 수 없어 선대 145척이 모두 정상 운항할 수 없게 된다. 화주와의 신뢰 붕괴, 해운 동맹 위기 등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노조는 파업을 통해 이전 불가 입장을 관철하더라도 회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생기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결국 파국으로 가는 길은 택하지 않았다. 특히 본점 이전의 세부적인 규모나 시기 등을 노사 합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한 것도 노조가 본점 이전에 동의한 주된 이유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는 이날 합의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신청을 철회하고 최원혁 HMM 대표에 대한 고소·고발 역시 일괄 취하한다는 방침이다. 정성철 HMM 노조 지부장은 "조합원들의 우려가 많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에 이르게 됐다"면서 "본점 이전에 대응하기 위해 취했던 조치들을 취하하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최원혁 대표는 이날 합의안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전 규모와 시기에 대한 것은 내부 방안이 마련은 돼 있지만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진행할 것"이라며 "이날 노사 합의를 기해 향후에는 중동발 위기를 타개하는 데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