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알아서 들어 올려졌다. 살짝 걷는 시늉만으로 오르막인 산길에 발을 내딛고 있었다. 허리와 다리에 착용한 웨어러블 로봇 기기가 움직임을 감지하고 분석해 예측한 다음 동작에 힘을 보탰다. 자동으로 다리가 움직이는 듯했다.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사용자 움직임에 맞춰 필요한 순간 힘을 증강해주고 제어해 주는 중국 로봇 스타트업 하이퍼쉘의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쉘X 울트라 모델을 착용하고 청계산에 올라봤다.

산행 시작 전 입구에서 기기를 착용할 때부터 등산객들이 하나 둘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호기심에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운동하러 산에 오면서 왜 그런 걸 차고 오냐"고 핀잔을 주는 어르신도 있었다. 진짜 효과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제 해보려 한다고 답하며 착용을 마쳤다.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쉘X 울트라를 착용한 모습. /서일원 기자

기계는 배터리와 모터가 들어있는 부분을 허리에 벨트처럼 차고 양다리에 밴드를 감는 방식으로 착용한다. 정확한 위치에 착용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강조한 직원의 말이 떠올라 신경 써서 착용했다. 골반과 허리에 딱 맞게 벨트를 조였고, 다리 부분은 무릎 위 1~2cm 부분에 고정했다. 전원을 켜고 미리 설치해 둔 어플과 연동하는 데까지 5분 남짓 걸렸다.

무게는 1.8kg(배터리 제외)로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 배터리가 허리 뒤에 있다 보니 배낭을 메기는 어려웠다. 반대로 앉아서 쉬거나 허리를 숙일 때는 배 앞에 아무것도 없어 기기를 착용한 것이 불편하지 않았다.

입구부터 정상까지 거리 4000m, 고도 616m의 청계산. 강도가 약한 에코모드를 켜고 출발해 조금 걷다가 하이퍼 모드로 바꿨다. 극적인 차이는 아니지만 밀어주는 힘이 강해졌다.

다리와 최대한 밀착시켰음에도 초반에는 다리를 들어 올려주는 느낌이 어색했다. 내 움직임 패턴에 장비가 최적화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말을 떠올리며 일단 기계에 몸을 맡겼다.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쉘X 울트라를 착용하고 산을 오르는 모습. /서일원 기자

중간지점을 지나고 경사가 조금씩 가팔라지는 구간에서 효과를 조금씩 체감했다. 특히 계단이 이어지는 곳에서는 힘 전달이 잘 돼 한 번에 여러 칸씩 뛰어오르기도 했다. AI가 사용자 움직임을 예측해 힘을 증강해주는 구조다 보니 흙길보다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오르는 계단에서 에너지 전달의 최적화가 이뤄지는 듯했다.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체력이 비슷한 일행의 속도가 느려질 때도 로봇과 에너지를 반씩 나눠 쓴 기자는 초반과 비슷한 속도로 멈추지 않고 산을 오를 수 있었다. 택배기사가 실제 구매해 갔다고 들었는데 도움이 그에게도 됐을 것 같았다.

정상 인근에선 지친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그게 정말 도움이 되냐'는 질문부터 시작해 가격과 작동 원리까지 물어왔다. 구매해서 써볼 의향이 있냐는 역(逆)질문에는 고개를 젓기도 했다.

하산 할 때도 도움이 됐다. 빠른 하산을 원해 속도를 내다 보면 늘 무릎이나 발목에 무리가 갔는데 그 충격을 로봇이 대신 흡수하는 듯했다. 내려가는 움직임을 인지하고 다리를 올려주는 데 주던 힘이 무릎을 잡아주는 데 쓰였다. 직접 비교를 위해 기기를 벗자 순간 몸은 가벼워졌으나 다리가 그만큼 무거워지고 무릎에 실리는 하중이 크게 다가왔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한강공원 편의점에 설치된 하이퍼쉘 팝업스토어에 하이퍼쉘X 울트라 제품이 전시돼 있다. 구매에 329만원, 1시간 대여에 1만5000원이다./서일원 기자

세 시간쯤 걸려 하산을 마치니 배터리는 두칸정도 남았다. 다른 날 걷고 뛴 것까지 합해 약 여섯시간 정도 사용 후 방전됐다. 추가 배터리로 교체가 가능하지만 여분을 휴대하기 어려운 트래킹 등을 할 때는 감안해야할 부분이다. 하이퍼쉘측에 따르면 한번 충전하면 최대 30km까지 이동할 수 있다.

장비가 인간에게 편리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의외로 기대와 아쉬움이 상존했다. 팝업스토어에서 체험을 해봤다는 윤모(35)씨는 "무거운 짐을 들어야 할 때 등 일상에서 도움이 될 것 같지만, 300만원대의 가격이 부담"이라면서 "렌털가격이 합리적이라면 쓸 의향이 있다"고 했다.

이날 만난 등반객 송모(68)씨는 "올랐을 때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파야 산"이라며 "궁금은 하지만 굳이 안 쓸 것 같다"고 했다.

같은 직장에 다니는 이모(49)씨는 장비를 착용하고 계단 5층을 올라갔다 내려온 후 "근력이 많이 약해진 부친께 사다드리면 아주 유용할 것 같다. 확실히 힘이 덜 든다"라면서도 "그런데 이걸 차고 다니시면 운동이 안 돼 근육이 더 손실될 것 같아 고민은 더 필요한 것 같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