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위산업의 수출 '효자 상품'인 K9 자주포가 이집트에서 현지 생산에 돌입했다. 방위산업계에서는 K9 자주포를 시작으로 향후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국내 무기 체계의 판매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는 이집트와 지난해 연말쯤부터 이집트 제200 군수공장에 K9 자주포 라인을 정비한 뒤 양산에 돌입했다. 제200 군수공장은 과거 미국 M1A1 에이브람스 전차를 면허 생산·정비하는 데 사용됐던 곳이다.

현재 이 공장에서는 한화에어로 인력과 이집트 정부 관계자들이 함께 이집트용 K9 자주포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 달 내 출고되면 평가를 거쳐 이집트 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EDEX 2025(이집트 방산 전시회)' 한화 부스에 전시된 'K9 자주포' 패키지 모형. /한화에어로 제공

K10 탄약운반차량과 K11 사격 지휘 장갑차도 이집트 현지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특히 K11 사격 지휘 장갑차가 수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K9 자주포는 이집트 육군 뿐만 아니라 해군도 사용한다.

K11 사격 지휘 장갑차는 해상 표적을 조준하며 거리 등을 계산한 정보를 K9 자주포에 탑재된 사격 통제 시스템에 전달해 명중률을 높인다. 이 시스템은 한화시스템이 개발했다.

이집트와 한화에어로가 체결한 계약 규모는 K9 자주포 216문, K10 탄약운반차량 39대, K11 사격 지휘 장갑차 51대다. 한화에어로가 지난 16일 공시한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 계약에 따른 수주 총액은 2조5100억원이다. 현재 이행된 물량은 5628억원이며 수주잔고는 1조9472억원이다.

전체 계약 중 77%에 달하는 물량은 이집트 현지에서 생산된다. 이집트용 K9 자주포의 가장 큰 특징은 STX엔진이 2024년 개발을 완료한 1000마력 국산 디젤 엔진이 탑재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STX엔진이 독일 MTU의 엔진을 면허 생산한 엔진을 탑재했었다. 이 때문에 독일 정부가 이집트와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국가에 K9 자주포를 팔 수 있도록 승인하지 않아 수출에 제약이 있었다. 이제 STX엔진이 독자 개발·생산한 엔진이 탑재되면서 K9 자주포를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방산 보호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국내 방산업체들은 국산 엔진 개발과 현지 생산을 통해 성장 발판을 만들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주력 무기를 유럽에서 생산하도록 하는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한화에어로는 루마니아에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차량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로템도 폴란드에 K2 전차 현지 생산을 추진 중이다.

중동 사막을 달리고 있는 K9 자주포. / 한화에어로 제공

중동·아프리카 지역도 최근 한국 생산 제품을 수입하는 단순한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생산·정비까지 포괄하는 '생태계 수출'로 전환할 것을 국내 방산업체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중동·아프리카에 방산 생태계가 형성돼 공급망이 안정되면 국내 업체들이 장기적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발판을 만들 수 있다. 긴급한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국내 공장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물량도 소화하는 등 여러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이집트 현지에 구축된 생산 라인은 K9 자주포의 다음 세대인 K9A2, K9A3로 넘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거점이 마련된 만큼 다른 지상 무기 체계의 판매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12월 이집트에 다연장 로켓 천무의 수출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