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항공우주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7년여 만에 경쟁 업체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의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 한화그룹이 방위산업 전략을 육·해·공을 넘어 우주로 확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한화그룹과 KAI는 각 사 경쟁력을 활용해 중장기적으로 전투기와 인공위성 등 분야에서 시너지를 발휘하겠다는 계획이다.
16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방산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에어로)를 중심으로 KAI 지분 총 4.99%(486만40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에어로가 매입한 KAI 지분은 4.41%다. 앞서 한화시스템은 지난 13일 사업 보고서를 통해 599억원을 들여 KAI 지분 0.58%(56만6635주)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그룹이 KAI 지분을 매입한 건 지난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당시 한화에어로는 KAI의 민영화 동력이 약화되자 KAI 지분 5.99%(584만7511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 바 있다.
한화그룹은 이번 지분 매입이 중장기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KAI는 한국형 전투기 KF-21과 헬기, 무인기 등 항공기뿐만 아니라 인공위성을 개발해 왔다. 한화에어로는 항공 엔진과 우주 발사체 등 분야에서, 한화시스템은 레이더와 항공전자 등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인 바 있다. 각 사의 경쟁력을 토대로 미래 항공우주 사업과 수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단 것이다.
앞서 한화그룹과 KAI는 이번 지분 매입 전에도 KF-21의 수출 강화와 해외 진출 교두보 구축과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 특수작전용 헬기 성능 개량 사업 제안 등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하는 등 파트너십을 맺어왔다. 지난 2월에는 방산·우주항공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미래 핵심 사업 분야에서 중장기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한 바 있다.
한화에어로는 이번 지분 확보를 통해 KAI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항공 엔진과 각종 항공전자 센서 등을 만들 기술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항공기 플랫폼에는 약세를 보여왔다. 국내 유일의 완제기 개발·제작 업체이자 위성 개발 및 공중 전투 체계 등에서 기술력을 보유한 KAI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중요한 이유다.
우주 사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이 분야는 정부가 아닌 민간 중심의 '뉴 스페이스'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KAI와 함께 발사체, 위성, 데이터 분석 역량 등 분야에서 협력해 저궤도 위성부터 중·대형 위성까지 포함하는 종합 우주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지분 확보를 중심으로 한 항공우주산업이 사실상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핵심 경영 무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화에어로는 그간 K9 자주포를 주축으로 지상 방산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왔지만, 항공우주 분야는 사실상 막 시작하는 단계다. 김 부회장은 과거 항공우주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바 있다.
또 장기적으로 KAI의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행사할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한화그룹은 수출입은행이 KAI의 지분을 매각할 경우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분 인수는 협력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