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기름값이 뛰면서 항공사들이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유류할증료를 인상할 예정이지만, 항공업계의 비수기가 시작됐기 때문에 여객 수요가 급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다음달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인상할 계획이다. 항공사들은 전전월 16일부터 전월 15일까지의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을 토대로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부과한다. 미국·이란 전쟁이 지난달 28일 발발했기 때문에 최근의 유가 상승분은 다음달에 반영되게 된다.

시장조사기관 S&P 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9일까지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항공유 가격은 1갤런(약 3.785리터)당 평균 290.79센트로 나타났다. 전월 평균 가격(205.18센트)에 비해 41.7% 오른 수준이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은 다음달 유류할증료를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항공사들은 3월에도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인상했다. 지난달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항공유 가격은 전월 대비 5.1% 올랐기 때문이다.

항공사별로는 대한항공이 이달 발권 유류할증료를 전월보다 20.8% 올렸고, 아시아나항공도 같은 기간 유류할증료를 20.9% 인상했다. 제주항공 역시 해당 기간 유류할증료를 21.4% 인상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항공유 값이 배럴당 150달러(1갤런당 약 357센트) 수준까지 올랐던 2022년 수준으로 유류할증료가 부과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한항공 기준 인천~미국 뉴욕 노선에는 32만5000원의 유류할증료가 부과됐다.

다만 항공사들이 유류할증료를 인상하더라도 실적을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달부터 여름 휴가 기간 전까지 비수기가 이어지면서 여객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설·추석 등 연휴가 없는 3~6월 평균 여객 수는 753만명 수준이었던 반면 여름·겨울 성수기와 추석 연휴 등이 있는 7~12월 평균 여객 수는 812만명이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는 항공권 가격에 직접 반영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항공권 가격이 비싸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비수기로 매출이 줄어드는데 항공권 판매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류할증료가 발권일 기준으로 부과된다. 따라서 유가가 비싼 시기에 발권할 경우 실제 출국 시기에는 기름값이 내려가도 비싼 유류할증료를 내게 된다. 이 때문에 유가 변동성이 소비자들의 항공료에 주는 영향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많았다.

국토교통부는 유가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유류할증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할증 방식을 변경할 경우 여러 혼란이 생길 수 있어 신중하게 제도 변경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