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애지봇이 주최한 '로봇 갈라쇼'에서 휴머노이드 모델 X2가 비틀대며 취권 동작을 수행하고 있다./웨이보

"1~2년 내에 위험한 작업 중 단순한 것은 로봇이 자율적으로 완수할 것입니다. 3~5년 후에는 복잡한 위험 작업도 로봇이 스스로 수행하되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인간이 감독하는 수준에 이를 겁니다."

옌 웨이신 상하이교통대 인공지능(AI)연구원 수석과학자는 지난 4일 조선비즈와 만나 위험한 제조 현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시점을 이처럼 내다봤다.

옌 수석과학자는 중국 상하이시 AI 발전 계획을 설계했고, 중국 첨단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공업정보화부(MIIT) 중점 연구실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가 현재 몸담고 있는 상하이교통대 AI연구원은 상하이의 AI 발전 청사진을 기획하고 국가 주도의 특수 목적 로봇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중국 AI 정책의 핵심 전초기지다.

옌 수석과학자가 공동 창업한 로봇 회사 애지봇은 지난해 5168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출하해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산업용 로봇의 변방에 머물렀던 중국은 이제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막대한 보조금에 의존하던 과거의 방식을 넘어, 핵심 부품의 밸류체인을 거대 산업 단지에 촘촘하게 밀집시켜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구현해낸 결과다.

여기에 통제된 온실 속 실험실이 아닌, 변수가 쏟아지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야생 데이터를 거침없이 로봇에 학습시키는 특유의 혁신 문화가 더해지며 빠른 속도로 진화 중이다.

현재 중국 내 휴머노이드 제조 업체는 160개에 달하고, 핵심 부품 공급사 600개를 포함해 로봇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1만개에 육박한다. 다음은 옌 수석과학자와의 일문일답.

옌 웨이신 상하이교통대 인공지능(AI)연구원 수석과학자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최지희 기자

—중국 로봇 생태계의 폭발적 성장 비결은.

"전체 가치 사슬의 강력한 협업 시너지, 촘촘한 공급망, 그리고 기초 연구 투자 의지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창장 삼각주나 선전 일대의 주장 삼각주 같은 거대 첨단 제조 클러스터에서는 금형, 사출, 정밀 가공 등 모든 공급망을 지역 내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밀집된 인프라가 획기적인 원가 절감을 이끌었다. 또한 혼돈스러운 실제 제조·생활 환경에서 획득한, 살아 있는 방대한 데이터로 알고리즘을 단련시킨 것이 핵심이다."

—약점은 무엇인가.

"로봇 몸체 등 구조물이나 배터리에서 각각 90%, 80% 수준의 국산화와 안정적 공급을 이뤘지만 고급 핵심 부품의 수입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섬세한 감각을 구현하는 토크 센서의 국산화율은 10% 미만이고, 무릎·엉덩이 관절 구동 핵심 부품인 플래너리 롤러 스크류 역시 수율이 낮아 국산화율이 20% 수준이다. 이 부품들의 낮은 수율과 국산화율이 원가 절감의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상하이교통대에서 로봇 개발과 관련해 집중해서 풀고 있는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는 시각과 촉각을 결합한 다재다능한 로봇 손(덱스터러스 핸드)의 조작 능력이다. 27개의 자유도를 지닌 구동 장치를 사람 손 크기만 한 공간에 구현해야 한다.

특히 촉각 센싱은 매우 어렵다. 인간이 눈을 감고도 물건을 쥐고 다룰 수 있듯, 로봇이 압력과 질감, 미끄러짐을 즉각 감지하고 시각 정보와 융합해 복잡한 조작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정교한 제어 능력, 셋째는 근육 기억과 반사 신경의 구현이다. 매번 관절 각도를 계산하는 대신, 뇌의 피드백을 결합해 최소한의 에너지와 연산력으로 복잡한 동작과 균형을 해내는 반사 기작을 연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5개 손가락 형태 등 인간의 신체를 꼭 모방해야 하는가.

"인류의 진화 과정을 보면, 하반신의 보행 능력은 4족 동물보다 뒤처질지 몰라도 뇌와 협응하는 상반신, 특히 다재다능한 '손'의 조작 능력이 뛰어나 결국 우리를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병뚜껑, 문고리, 도구 등 모든 사물은 철저히 '인간의 손'에 맞춰 설계됐다. 5손가락 구조야말로 일상처럼 정형화되지 않은 환경에서 가장 이상적인 다목적 데이터 수집기다. 또 예상치 못한 사물을 쥐거나 다루는 그립을 구현해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기기 가격이 비싸고 아직 인간의 업무 능력에 못 미쳐 실제 산업 현장 도입이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산업 현장에 로봇이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철저히 경제적인 행동에 기반한 계산이다. 수백 도에 달하는 열악한 제철소 고온 환경을 대체할 로봇이라면 기기 가격이 비싸더라도 도입하는 것이 맞다.

반면 일상적인 공장에서 나사만 조이는 로봇이라면 굳이 뒤로 공중제비를 도는 최고급 부품을 쓸 필요가 없다. 인간 능력의 몇 %를 해내야 수지타산이 맞는다는 일률적인 기준도 무의미하다.

실을 바늘에 꿰는 단순한 작업도 로봇에겐 매우 어렵지만, 물류 현장에서 물건을 집고 나르는 작업은 로봇이 사람보다 훨씬 더 정밀하고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다. 절대적인 가격 수치나 획일적인 성능 평가가 아니라, 해당 응용 시나리오가 요구하는 가치 대비 가격을 봐야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위험 산업 현장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건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투입 로드맵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우선 위험한 작업 중 단순한 것부터 기계의 자율화가 시작된다. 2~3년 내엔 로봇이 작업을 하다가 비상 상황이나 특수한 대처가 필요할 때 인간이 원격 조작을 통해 개입하는 형태가 도입될 것이다.

3~5년 뒤에는 복잡한 작업까지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수행하며, 데이터 표본이 적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인간이 개입하는 구조로 진화할 것이다. "

—한국은 조선업 등 제조업이 발달해 있어 로봇 학습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소는 로봇이 학습하고 활약할 수 있는 매우 유망한 무대다. 핵심 공정인 용접은 여름철 철판 온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뜨거워질 만큼 작업 환경이 열악하다. 게다가 자동차와 달리 선박 부품은 규격화가 덜 되어 있고, 평탄하지 않은 좁은 환경 등을 통과하며 작업해야 한다.

이처럼 불규칙하고 가혹한 환경은 '엠바디드 AI 로봇'(embodied AI·AI를 탑재해 사람처럼 느끼고 학습하며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갖춘 로봇)을 훈련시키기에 아주 적합하다. 한국 조선소의 현장 데이터가 무척 중요한 이유다.

중국 역시 현재 선박 제조 및 수리 과정의 용접, 연마, 폴리싱 작업에 엠바디드 AI 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한국이 앞서 있는 영역은 어디라고 보나.

"한국은 로봇 관절의 핵심인 감속기 분야, 특히 하모닉 감속기 부문에서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선구적인 혁신을 이뤄왔고, 현재 몇몇 대학을 중심으로 보여주는 기구학적 설계 역량은 여전히 세계적이고 훌륭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