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미국의 관련 기업에 투자했던 국내 기업들이 지분 매각에 나서고 있다. 최근 SMR 개발사들의 주가가 급등하자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면서도 전략적 파트너 관계는 유지해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보유 중이던 미국 뉴스케일파워 주식 518만주 중 360만주를 지난해 4분기에 처분했다. 지난 2021년 삼성물산은 뉴스케일파워에 전략적 투자자(SI)로 나서 약 7000만달러(약 1012억원)를 투자해 지분 5%를 확보한 바 있다. 이번 매각으로 삼성물산이 보유한 뉴스케일파워 지분율은 1.5%로 줄었다.
삼성물산은 뉴스케일파워 주식을 매도해 수천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물산이 투자할 당시 뉴스케일파워 주가는 10달러 선에서 움직였지만, SMR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해 10월에는 60달러선까지 올랐다. 인공지능(AI) 시장의 팽창으로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SMR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일부 주식을 매각했지만, 뉴스케일파워와 협력 관계는 계속 이어질 것"고 말했다.
뉴스케일파워는 77MW급 원자로 모듈을 최대 12개까지 연결해 전력을 생산하는 보이저(VOYGR™) 설계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다. 삼성물산은 뉴스케일파워가 추진하는 SMR 프로젝트에서 설계·조달·시공(EPC)을 우선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뉴스케일파워는 루마니아 도이세슈티 지역에 SMR 단지를 짓고 있는데, 삼성물산은 사전 설계 단계부터 파트너로 참여 중이다.
삼성물산 뿐만 아니라 두산에너빌리티, GS에너지 등도 뉴스케일파워의 SI다. 다른 기업들은 아직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뉴스케일파워 최대주주인 플루어는 올해 2분기까지 보유 지분(14%) 전량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보유 중이던 SMR 개발사 테라파워 지분 일부를 지난달 한국수력원자력에 매각했다. 한수원은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지분을 사들이는 데 약 600억원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테라파워는 2008년 빌 게이츠가 설립한 SMR 개발사로 현재 미국 와이오밍주에 상업용 SMR 플랜트를 짓고 있다. 지난 2022년 SK이노베이션, SK는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약 3615억원)를 투자하며 2대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이번 지분 매각 후에도 2대주주 자리는 유지된다고 SK 측은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한수원과 사업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게 됐다. 한수원은 대형 원전 건설, 운영 경험을 갖고 있어 향후 SMR의 상업 운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SK이노베이션은 기대하고 있다 .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두산에너빌리티 등은 글로벌 SMR 개발사와 여러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다"며 "초기 투자한 SMR 개발사의 지분을 매각한다고 해서 사업에서 배제되지는 않기 때문에 최근 국내 기업들이 주식 매각을 통한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