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불황기에 학생들의 외면을 받던 대학의 조선 관련 학과가 청년들에게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달라진 한국 조선업의 위상이 캠퍼스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조선업 기술 경쟁력의 기반이 강화될 거라는 기대도 나온다.

26일 교육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조선 관련 학과 입학 경쟁률은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일반전형 경쟁률(수시)은 2018년 3.23대1에서 2026학년도 9.68대1로 3배 수준이 됐다. 같은 기간 인문·자연계 전체 경쟁률이 7.20대1에서 7.96대1로 소폭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더 두드러진다.

그래픽=손민균

조선·해양 관련 학과가 있는 지방거점국립대 및 해양대 8곳(강원대·경상국립대·부산대·전남대·충남대·제주대·목포해양대·한국해양대)의 상황도 비슷하다. 관련 학과 평균 입학 경쟁률(수시)은 2022년 4.49대1에서 2026년 8.08대1로 2배 가까이가 됐다. 정시 경쟁률도 3.99대1에서 6.61대1로 올랐다.

연구·개발 인력의 요람인 대학원에서는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진다. 서울대에 따르면 2026학년도 조선해양공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전기) 경쟁률은 1.71대1이다. 조선업이 침체됐던 2019년 0.25대1로 미달이었던 것과 대비된다.

박사과정도 2019년 전기·후기 모두 0.2대1, 0.67대1로 정원에 못 미치는 지원자가 지원했으나, 올해 전기와 지난해 후기에는 각각 1.4대1, 2.33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상황이다.

지원율이 높다 보니 미달이 난 다른 학과 TO를 가져와 신입 대학원생을 받는 일도 최근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픽=손민균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서인덕(33)씨는 "대학원에 입학하던 2014학년도에는 지원자 수가 정원에 미달했는데 요즘은 오고 싶어도 오기 힘든 곳이 됐다"라면서 "학계가 아닌 조선업체로 취업하려는 학생도 늘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한국 조선업 기술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좋은 업황으로 우수한 인재가 양성되고 다시 이들이 조선업계에 유입되는 선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조선사업계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자율 운항 등 신기술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야드에서 오후 야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은 물론 주요 조선사의 입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화오션(042660)은 2023년 5000~6000명대였던 대졸 신입 공채 지원자 수가 2024년 7000명 내외를 거쳐 2025년에는 1만7000명까지 늘어났다. HD현대(267250)의 신입사원 지원자 수도 2022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약 66% 늘었다.

경기가 좋다 보니 주요 3사는 채용 규모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지난해 연구직 및 3급 신입사원 채용을 예년 대비 2배 늘렸다. 한화오션도 매년 채용을 늘리며 규모을 키우고 있다. 2024년말 기준 총 직원수는 1만202명으로 2023년말 8892명보다 15% 늘었다.

HD현대는 업황 회복 이후 2024년과 2025년 각각 1000여 명, 1500여 명을 뽑았고, 올해는 2000여 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그룹 차원에서 1만여 명의 인원을 신규 채용한다.

세계 최초 선장 없이 항해할 수 있는 원격 제어 자율 운항 선박 시스템. /조선DB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설계해야 좁은 파나마 운하를 간신히 통과하면서 적재량은 최대화할 수 있는 LPG 운반선을 만들지, 선박의 진동이나 소음을 어떻게 줄여 선박 운용의 경제성을 높일지 등 당면한 연구개발 과제가 많다"면서 "친환경 선박과 자율 운행 선박까지 개발하려면 우수 인력 채용이 필수인 만큼 처우를 개선하는 등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장은 "경쟁국과 달리 한국 조선소가 다품종 소량생산을 할 수 있는 힘은 강한 R&D 및 설계 인력이 뒷받침되는 것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