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늘면서 국제 우라늄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원전업계에서는 우라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국내에서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제한하는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제 우라늄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101.5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70달러 중반에서 움직였던 우라늄 선물 가격은 지난달 중순 들어 80달러 중반에서 거래됐고, 며칠 만에 100달러를 넘어섰다. 우라늄 선물 가격은 지난 7일 85.25달러까지 낮아졌으나,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13일 기준 89.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1, 2, 3, 4호기. / 뉴스1

우라늄 가격이 상승한 것은 여러 나라들이 원전 건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자국의 원전 발전 용량을 2024년 기준 약 100기가와트(GW)에서 2050년까지 400GW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과거 5~10년이 소요되던 신규 원전 인허가 기간을 최대 18개월로 줄이고,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 심사 기간도 1년 이내로 단축하기로 했다.

영국은 2050년까지 최대 8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하기로 했다.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던 이탈리아는 원전 허용 법안을 제정하며 원전 건설 복귀를 선언했고, 스웨덴 역시 2045년까지 최소 10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미국 우라늄 생산량은 32만9623파운드로 2분기보다 44.8% 급감했다. 미국은 우라늄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국인 카자흐스탄에 손을 내밀었지만, 카자흐스탄 국영기업 카자톰프롬은 오히려 우라늄 생산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보면 미국 원전 업계는 지난 5년(2020~2024년)간 우라늄 구매량의 20%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유럽연합(EU) 통계국(Eurostat) 집계 결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듬해인 2023년 EU의 러시아산 핵연료 수입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업적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러시아, 중국, 프랑스, 유럽 컨소시엄(영국 ·독일·네덜란드 3국 공동 운영), 미국 등 5개국 뿐이다. 이 중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은 전 세계 우라늄 농축 용량의 약 44% 차지하며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 내 우라늄 농축 시설 확충을 위해 27억달러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실제 생산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수급 불균형을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의 국가별 우라늄 수입량을 보면 지난해 기준 러시아가 36.93%로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는 28.76%, 네덜란드 10.51%였고 독일이 10.21%로 4위였다.

원전업계에서는 외국에 대한 우라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내에서 우라늄을 농축하고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한국은 원자력 연료의 이용에 관한 상호 협정인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국내에서 원전에 필요한 우라늄을 농축하지 못한다.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하면 핵연료에 필요한 '우라늄-235', '우라늄-238'을 회수할 수 있지만, 핵무기의 원료가 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해 사용 후 핵연료도 재처리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 원자로에서 핵연료가 연소되면 우라늄-238의 1% 정도가 플루토늄으로 변한다.

이정익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 교수는 "원전을 확대하려면 농축 우라늄 확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며 "우라늄 농축 역량을 확보해야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우라늄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이라 자체 우라늄 농축 능력 확보가 시급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