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011170)의 합성 고무 계열사 롯데베르살리스 엘라스토머스(이하 롯데베르살리스)가 사상 첫 영업이익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탈리아 석유화학 회사와 손잡고 야심 차게 합성 고무 사업에 진출했으나, 품질 문제로 만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실적 개선 신호가 나타나자 롯데케미칼은 롯데베르살리스에 추가 자금을 투입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10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롯데베르살리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2013년 설립된 롯데베르살리스는 상업 생산을 시작한 2019년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23년, 2024년 영업 손실은 각각 368억원, 247억원으로 적자 폭을 줄여왔다.
롯데베르살리스는 롯데케미칼이 합성 고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이탈리아 석유화학 베르살리스와 50%씩 출자해 만든 합작 법인이다. 유럽 내 올레핀·합성 고무 공장을 보유한 베르살리스는 합성 고무 분야에선 선도 기술을 가진 종합 석유화학 회사다.
롯데베르살리스는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부지에 합성 고무 솔루션 스티렌 부타디엔 고무(SSBR), 에틸렌 프로필렌 고무(EPDM) 등 고기능성 합성 고무 생산 설비를 구축했다.
주력 제품 중 하나인 SSBR은 주로 고성능 타이어 재료로 쓰인다. 기존 고무 제품보다 마모에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내연기관차보다 약 30% 더 무거운 전기차용으로 적합하다. 노면 접지력과 회전 저항력이 뛰어나 연비가 개선된다.
다만 SSBR은 롯데베르살리스와 같은 후발 주자가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는 게 어려운 분야라고 한다. 타이어의 경우, 재료 품질이 안전성과 직결되다 보니 기존 판매처와 거래를 이어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국내에서는 합성 고무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금호석유화학(011780)이 SSBR 제조·판매도 장악하고 있다.
최근 SSBR 가격이 뛰면서 롯데베르살리스도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합성 고무의 핵심 원재료인 부타디엔 가격이 급등하면서 SSBR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 업체인 순서스(Sunsirs)에 따르면, 지난해 말 톤(t)당 950달러였던 부타디엔 가격은 최근 1300달러에 육박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베르살리스를 새 먹거리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지난 4일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300억원을 출자했다. 그간 롯데케미칼이 10번의 유상증자로 투입한 금액만 2550억원에 달한다.
석유화학 업황은 부정적이지만, 합성 고무 부문은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화학 산업은 다운 사이클에 빠져들었지만, 합성 고무 시장은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공급 측면의 여력이 줄어 수급 상황이 악화돼 판매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커질수록 SSBR 판매량도 늘어나는 구조"라며 "이익률이 중요하겠으나, 롯데베르살리스에 투입된 비용을 회수하는 게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